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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 풍류家
우리 누룩으로 빚은 진한 막걸리
'포천 술빚는전가네'

깎아지른 기암괴석과 협곡 사이로 흐르는 한탄강 지류가 답답한 마음을 뻥 뚫는다. 생명력을 자랑하는 나무숲은 구름처럼 우거졌다. 말만 들어도 시원스러운 포천에는 아는 사람만 찾는다는 조그마한 주막이 있다. 이곳의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라면 세상만사 모든 근심을 내려놓을 수 있을 듯하다.



주인장의 열정으로 탄생한 양조장
‘술빚는전가네’ 양조장은 사실 술을 빚기 시작한 역사가 길지 않다. 2014년에 시작해 이제 겨우 6년 차가 됐을 뿐이다. 하지만 전통 가양주에 대한 주인장의 열정만큼은 누구도 쉬이 흉내 낼 수 없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2018 대한민국 우리술 품평회’에서 술빚는전가네의 탁주 세 가지 중 두 가지가 각각 대상과 우수상을 받았다. 양조장을 운영한 지 4년째 되는 해에 이룬 쾌거다. 술빚는전가네를 이끄는 전기보 대표는 술을 빚기 전 24년간 직장 생활을 하고, 퇴사 후 교수로 강단에 서기도 했다. 그러다 중국 여행 중 우연히 중국 가양주를 경험한 뒤 우리 전통주를 배우기 시작했다. 시작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술빚는전가네 양조장은 예상보다 빨리 자리를 잡았다. 누룩까지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전기보 대표의 열정이 빛을 발한 모양이다.
누룩에 활용하는 곰팡이 종류는 색에 따라 황국균, 흑국균, 백국균 등 다양하다. 전기보 대표는 이 중에서도 술을 만들 때 가장 좋은 균으로 ‘황국균’을 꼽는다. 누룩은 쌀누룩과 밀누룩으로 나뉘는데, 대부분 양조장은 술을 빚을 때마다 술맛의 편차가 크게 나는 밀누룩에 비해 술맛이 거의 일정하게 나는 쌀 누룩을 주로 쓰는 편이다. 국내 시장에서 사용하는 쌀누룩은 일본 특허를 갖고 있는 ‘입국’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에 전기보 대표는 통상적인 막걸리 맛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막걸리를 만들기 위해 누룩 개발에 박차를 가했고, 몇 년간 연구를 거듭해 현재는 흩트려놓은 쌀 위에 누룩균을 배양하는 ‘흩임누룩’을 직접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최상의 누룩균을 피우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도 매우 중요하다. 시멘트, 화학 자재 등 인공 원료가 가득한 도시보다는 밤나무와 싸리나무, 온갖 꽃이 자라는 포천의 자연이 누룩을 만들기 더 좋은 환경이라는 게 전 대표의 설명이다. 그의 말마따나 누룩실 한쪽에 자리 잡은 흩임누룩 위에는 노르스름한 황국균이 무럭무럭 피어나고 있었다.
01. 황국균이 잘 번식한 흩임누룩의 모습.
02. 전기보 대표가 스팀 기계에서 쌀 40kg으로 지은 고두밥을 퍼내고 있다.
03. 밑술과 고두밥이 골고루 섞인 숙성 단계의 막걸리.

우리 쌀, 우리 물, 우리 누룩으로 빚는 우리 술
술빚는전가네는 술을 빚는 공간인 제조장과 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인 주막으로 나뉜다. 술을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먼저 제조장으로 향했다. 술빚는전가네에서 나오는 술의 종류는 크게 세 가지다. 탁주와 약주, 증류식 소주가 그것이다. 탁주는 막걸리를 생각하면 된다. 쌀뜨물처럼 희고, 탁하며, 6~7도 정도로 비교적 도수가 낮은 술이다. 약주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약재를 넣어 빚은 술을 뜻하거나 탁주와 반대되는 맑은술을 뜻한다. 맑은술 중에서도 우리 누룩으로 빚으면 약주, 일본 누룩으로 빚으면 청주라고 부른다. 증류식 소주는 맑게 거른 약주를 증류기(소줏고리 등)에 넣고 증류한 술이다. 술빚는전가네에서는 세 종류의 탁주와 두 종류의 약주, 네 종류의 증류주를 제조한다. 오늘 만드는 술은 ‘궁예의 눈물’이라는 탁주다. 술의 기본 재료인 쌀, 누룩, 물에 특별 재료인 ‘억새’를 더하는 술이다. 이곳에서는 철원 오대쌀과 같이 한탄강 물을 먹고 자란 포천 쌀을 사용하며, 물은 한탄강을 통해 흘러오는 지하수를 활용한다. 천혜의 환경에서 나고 자란 물과 쌀 그리고 직접 만든 누룩으로 빚으니 술맛이 좋지 않을 수 없다. 술빚는전가네의 탁주는 두 번의 과정을 거쳐 빚는 ‘이양주’다. 쌀가루와 누룩을 섞어 발효시킨 밑술(단양주)에 고두밥을 넣어 숙성시키면 이양주가 된다. 오늘 해야 할 작업은 밑술에 고두밥을 섞는 일이다. 말만 들으면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실상은 허리와 팔, 어깨, 등, 그야말로 온몸이 쑤시는 고된 작업이다.
쌀 40kg을 깨끗이 씻어 불린 뒤 스팀 기계에 넣는데, 30~40분이 지나면 굴뚝을 통해 하얀 김이 뿜어져 나온다. 제조장 굴뚝에서 하얀 김이 나고 구수한 밥 냄새가 퍼지면 고두밥을 짓고 있다는 뜻이다. 1시간이면 고두밥이 완성되는데, 요즘엔 밥을 식히는 기계가 있어 술 빚는 과정이 좀 더 수월해졌다. 하지만 힘든 작업은 지금부터. 식은 고두밥을 기계에서 꺼내고, 덩어리진 밥을 펼친 뒤 밑술에 덩어리지지 않게 고루 섞는 일이다. 밥을 짓고 식히는 과정은 기계의 도움을 받지만, 쌀을 씻고 완성된 고두밥을 밑술과 골고루 섞는 일은 오롯이 만드는 이가 해야 할 일이다. 보통 막걸리의 쌀 함량이 10% 내외인 것에 비해 술빚는전가네 막걸리의 쌀 함량이 36%에 달하는 것을 생각하면, 이 작업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조금은 짐작할 수 있다. 고루 섞은 술은 약 6주간 실온 숙성 기간을 거쳐야 비로소 완성된다. 완성된 후에는 더 발효되지 않도록 저온 창고에 보관한다.
체험도 하고 술도 맛보고 ‘일석이조’
고된 과정으로 얻은 막걸리 한잔. 그 막걸리를 걸러 약주를 만들고, 약주를 증류해 소주를 만드는 과정까지 상상한다면 한 잔의 술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새삼 감명받는다. 술빚는전가네에서는 술 빚기 체험도 진행하고 있는데, 다행히 주인장만큼 고생할 일은 전혀 없다. 체험 때 빚는 술은 ‘찹쌀 단양주’로, 고두밥을 지어 식힌 후 누룩과 섞으면 끝나는 간단한 작업이다. 일주일만 숙성하면 마실 수 있어 특별한 체험을 하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제조장 근처에 있는 주막에서는 술빚는전가네 양조장에서 제조하는 모든 술을 맛볼 수 있다. 아쉽게도 이 술들은 일반 소매점에서는 구매할 수 없다. “유통까지 하려면 찾는 데가 너무 많아 내가 너무 힘들어”라는 주인장의 웃음 섞인 푸념에는 술에 대한 자신감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야 직성이 풀린다’는 근거 있는 고집이 담겨 있다. 이런 연유로 술빚는전가네의 술은 주막과 양조장 홈페이지 그리고 문의 번호로만 접할 수 있다. 술빚는전가네 양조장의 ‘작품’을 맛보고 싶다면 이를 참고하자. (글 이선 / 사진 정원균 / 푸드스타일링 김가영)
[INFO]
* 주소: 경기 포천시 영북면 산정호수로322번길 29
* 문의: 031-532-9708
* 홈페이지: sooldoga.com
* 체험료 1인 3만 원(최소 하루 전 예약 필수) ※체험 종료 후 1인당 2L 상당 원주 제공

EDITOR AE안은하
농림축산식품부
전화 : 044)861-8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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