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가이드

매운맛의 발견
지금은 ‘매운맛’ 전성시대!
'지극히 한국적인 맛에서 글로벌 콘텐츠로'

매 끼니 식탁에 올려지는 김치, 고추장과 고춧가루로 양념한 반찬, 국과 찌개에 빠짐없이 들어가는 양파와 마늘 등 우리 식탁을 채우는 대부분의 맛은 '매운맛'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뿐인가. 끼니와 끼니 사이에 먹는 국민 간식 떡볶이, 떡꼬치, 닭강정도 매콤한 맛이다.
한국인이 얼마나 매운맛에 진심인지 알 수 있다. 이제는 한국을 넘어 전 세계에서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된 매운맛, 그 고유하고 독특한 맛의 매력을 짚어본다.
'맛있게' 매운맛을 내다
한식은 오래전부터 매운맛을 중요한 맛의 지표로 삼았다. 지금 한식의 매운맛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문화적인 확산에도 영향이 있지만, 무엇보다 '맛있게' 매운맛을 구현한 우리 농식품의 우수함 덕분이다.
[매운맛을 중시해온 한국의 음식문화] 현재 과학자들이 인정하는 미각은 단맛, 신맛, 짠맛, 쓴맛, 감칠맛의 5가지 맛이다. 오랫동안 단맛과 신맛, 짠맛, 쓴맛 이렇게 4가지만 인정받았으나, 지난 100년 사이 감칠맛이 추가되어 5가지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오래전부터 우주공간을 상징하는 음양오행의 원리에 따라 세상 만물의 이치를 정리하고 이를 음식문화에도 적용하였다. 단맛, 신맛, 짠맛, 쓴맛과 함께 매운맛을 '오미'로 여길 만큼 중요하게 여겨왔다.





사실 매운맛은 미각이 아니라 촉각으로 느끼는 맛인데, 한의학적으로 볼 때 매운맛은 인체의 기운을 양화 시킨다. 매운 청양고추를 한 입 맛 보면 심장이 두근거리며 얼굴이 붉어지고 혈압이 오르면서 이마에는 땀이 맺힌다. 인체의 기가 순간적으로 양화 되어 기가 확산하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신진대사와 기혈순환이 촉진되고 막혀서 정체된 기운이 뚫리게 된다. 이는 신맛 음식을 먹으면 기가 음화 되어 얼굴 근육과 몸이 오그라드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한식, 매운맛을 빼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한국 음식은 대부분 고춧가루, 고추장을 기본양념으로 하여 파, 마늘 등의 향신료로 버무려 매운맛을 지닌다. 한국은 언제부터 고추를 이렇게 즐겨 먹게 되었을까? 남미가 원산지인 고추는 콜럼버스가 15세기 말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후 유럽에 전달되었고, 한반도에는 16세기 말 임진왜란을 통해 들어왔다. 하지만 조선시대 「승전일기」에서 1749년 영조가 고추장을 언급하기 이전까지는 고추장에 대한 기록을 찾을 수 없어, 고추가 먹는 것으로 널리 대중화된 것은 18세기 무렵으로 추정한다. 이전에도 마늘이나 파, 생강 등 다양한 향신료를 사용해 김치를 담그고 매운맛을 즐겨왔지만, 한식의 대표적인 양념으로 꼽는 고추장의 역사가 약300년밖에 되지 않다니 놀라운 일이다.





[한국의 매운맛, 세계로 뻗어나가다]
매운맛에 대한 한국인의 애정은 전통 식품인 김치나 고추장뿐 아니라, 국민 간식인 떡볶이와 닭강정 등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는 라면이나 과자에도 매운맛을 가미해 매콤함을 즐기는 문화가 더욱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매운맛 돌풍은 한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세계로 뻗어가는 추세다. 2020년에 출시된 김치시즈닝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인 '김치'를 외국인의 스타일에 맞게 분말형태로 만들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시장인 아마존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 「2021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에 따르면 고추장은 최근 5년간 지속해서 수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2020년 기준 고추장 수출액이 처음으로 5,000만 달러를 넘어서 5,093만2,00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대비 62.6% 증가한 수치다. 이 외에도 매운맛을 내세운 라면 수출액은 올해 10월까지 집계했을 때 전년도 대비 24.7% 급증한 7억8,500만 달러로, 올해 처음으로 수출액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날개 달린 듯 인기를 끌고 있다.
[매운맛, 맛을 넘어 콘텐츠로] 이 같은 매운맛의 인기는 기존의 K-푸드와는 차별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해외에서 인기 있었던 비빔밥, 김치, 인삼 등은 건강에 좋은 기능적 측면이 부각되어 해외소비자들에게 인정 받았지만, 고추장이나 매운라면의 경우,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문화적으로 확산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유튜브 및 틱톡 등 SNS 채널에서 매운맛에 도전하는 매운맛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이를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유명 유튜버나 BTS와 같은 K-팝스타가 매운맛을 즐기는 모습이 보이고,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채널에 매운 음식이 등장한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더욱 '힙'해진 것이다. 이제 매운맛은 맛을 넘어 하나의 콘텐츠이자 트렌드로 나아가고 있다.
지난 10월 18일, 미국 최대의 프리미엄 식품 체인이자 아마존(Amazon)의 자회사인 홀푸드마켓(Whole Food Market)은 '2024년 미국이 주목할 10대 식품 트렌드'를 발표하면서 세계를 휩쓸 식품 트렌드 중 하나로 '다양한 매운맛(Complex Heat)'의 저변 확대를 꼽았다. 일부 소스류에 국한되던 매운맛의 수요가 점차 확산하면서 매운맛 음료, 디저트 등 이전에 맛보지 못한 새로운 식품들이 시장을 점유할 것으로 전망했다. 매운맛에 대한 세계적인 열풍이 더욱 확산할 것이라는 뜻이다.
맛은 미각에 국한되지 않고, 제각기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정서가 녹아들어 다양한 모습을 띤다. 특히, 한국인에게 고추장을 비롯한 매운맛은 '소울푸드(Soul Food)'라고 일컬어질 만큼 오랜 사랑을 받아왔다.
매운맛이 세계적인 트렌드인 지금, 한 끼 식사 속에서 우리 농산물과 우리 음식이 가진 고유한 맛을 새롭게 발견하고 맛의 세계를 확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다.
우리 음식이 가진 매운맛의 힘
한국 사람들이 사랑하는 매운맛은 다양하다. 매큼한 맛부터 얼큰하고 칼칼한 맛, 그리고 알싸한 맛과 아릿한 맛까지. 매운맛 속에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존재한다. 우리 음식 속에서 제각기 특유의 매운맛을 내는 우리 농산물을 만나보자.
[칼칼한 매운맛, 고추] 고추는 매운 음식을 찾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식재료로,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의 칼칼하고 개운한 맛이 난다. 고춧가루, 고추장으로 만들어 다양한 요리에 이용되며, 생으로 먹거나 조림, 무침, 장아찌 등 매큼한 맛을 살린 요리와 밑반찬에 두루 활용된다. 풋고추, 청양고추, 꽈리고추, 아삭이고추 등 종류에 따라 매운 정도가 다르다. 고추는 비타민 C가 풍부한데, 캡사이신이 비타민 C의 산화를 막아 조리 후에도 영양소 손실이 적다.
[아릿한 매운맛, 마늘] '한국인에게는 마늘 향이 난다'고 할 만큼, 마늘은 한국인이 즐겨 먹는 대표적인 채소 중 하나이다. 한식에서는 각종 요리의 양념에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식재료로, 강한 향이 특징이며 특유의 아릿한 매운맛으로 음식의 맛을 돋운다. 마늘은 조미나 향신료 등 요리의 재료로 주로 활용되며, 각종 김치나 국 등에 어우러지는 맛을 낸다. 마늘에는 살균작용을 하는 알리신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면역력 강화에 도움이 되고, 비타민 B가 풍부해 에너지 대사를 원활하게 한다.
[알싸한 매운맛, 생강] 생강은 특유의 알싸한 매운맛을 가지고 있어 각종 양념뿐 아니라 차나 디저트에도 활용된다. 요리에는 주로 김치와 양념류의 재료로 쓰이는데, 특유의 향으로 고기의 누린내, 생선의 비린내를 제거하는 데 효과적이다. 생강의 진저롤과 쇼가올은 혈액순환을 활성화하고 체온을 올려주어 따뜻한 차로 즐기면 겨울철 감기 예방에 좋다. 쿠키나 정과 등 독특한 풍미의 디저트로도 인기다.
[맵싸한 매운맛, 양파와 파] 양파와 파는 요리에 깊고 시원한 맛을 내 한식에 빠질 수 없는 대표적인 식재료 중 하나이다. 생으로 먹으면 맵싸한 향과 입안을 얼얼하게 하는 매운맛이 강하지만, 가열하면 단맛이 올라오는 특징이 있어 매운맛과 달큰한 맛 등 여러 맛이 어우러져 감칠맛을 낸다. 양파는 동의보감에 '오장의 기에 모두 이롭다'고 기록되어 있을 만큼 비타민 C, 칼슘, 인 등의 영양소가 많고, 찌개나 볶음, 국, 샐러드 등 다양한 음식에 활용된다. 파는 뿌리부터 잎, 줄기까지 버릴 것 하나 없는 향신 채소로 각종 양념에 빠지지 않는다.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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