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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로 장성까지 미리 보는 ‘랜선’ 단풍 여행
'훗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가볼 만한 단풍 명소'

코로나19 확산세가 언제 사그라질지 가늠이 안 된다. 가을 냄새를 느끼기도 전에 아쉬움의 한숨부터 내쉴 독자들을 위해 준비했다. 가을 기분을 만끽할 수 있는 ‘랜선’ 단풍 여행 코너다. 훗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KTX를 타고 단풍의 고장, 장성에 들러보자.
단풍이 절정인 백암산과 백양사 전경.

내장산 못지않은 단풍 명소, 백양사
전라북도와 전라남도의 경계에는 전국에서 가을 단풍 명소로 손꼽히는 내장산이 있다. 하지만 내장산만 알고 이곳을 지나친다면 ‘이 산’이 섭섭함을 감추지 못할 것이다. 내장산, 입암산 등과 함께 내장산국립공원에 속하는 백암산이다. 백암산에는 내장산 못지않게 아름답게 물든 단풍을 볼 수 있는 곳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백양사 주변을 으뜸으로 친다. 기암절벽, 계곡 등이 어우러진 이곳의 단풍은 10월 말부터 11월 중순까지 절정을 이룬다. 백양사는 처음에 백암사라 불렀다. 1574년 환양 선사가 이 절에 머물면서 염불을 외자 종종 흰 양 떼가 몰려와 이후 사찰 이름을 백양사라 부르게 되었다고 전한다.
매표소에서 백양사까지 향해가는 1.5km 길이의 산책로는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선정될 정도로 빼어난 경치를 자랑한다. 청량하게 흘러가는 계곡물 소리와 숲길을 나란히 수놓은 단풍나무가 인상적이다. 계곡물을 옆으로 끼고 절을 향해 들어가다 보면 2층짜리 누각인 쌍계루가 보인다. 쌍계루 뒤편의 바위 절벽과 물에 반영된 단풍, 쌍계루의 모습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조선 팔경에 드는 곳이라니, 이 풍경을 보고 감탄하며 엄지를 치켜세웠을 옛사람들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된다. ‘단심가’로 유명한 고려 문신, 포은 정몽주는 쌍계루에 올라 임금을 향한 우국충정을 노래하기도 했다. 쌍계루에서 계곡물 위에 놓인 다리를 건너 더 들어가면 비로소 백양사에 다다른다. 백양사 대웅전은 정면 다섯 칸에 측면 세 칸으로 다른 곳과 비교하면 규모가 큰 편이다. 대웅전 뒤편으로는 깎아지른 흰 바위벼랑이 보이는데, 학이 날개를 편 것 같다고 해 학바위라 부른다. 이곳의 단풍은 다른 지역의 단풍보다 잎이 작고 색이 고와 ‘애기단풍’이라고도 부른다. 장성군은 백양사의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때에 맞춰 매년 단풍 축제를 열어왔다. 그러나 올해에는 코로나19의 유행으로 개최 여부마저 불확실한 상황이다. 비록 조금 답답하겠지만,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올해만큼은 랜선 단풍 구경으로 아쉬움을 달래자.
* 백양사: 전남 장성군 북하면 백양로 1239
(左) 코로나19가 만연하기 전, 관광객들이 쌍계루 앞 돌다리를 건너고 있다. (右) 편백 치유의 숲 산책로

지친 심신을 어루만지는 곳, 편백 치유의 숲
가을이라고 해서 울긋불긋 단풍만 봐야 한다는 법은 없다. 사시사철 푸른 상록수로 이루어진 편백 숲도 있으니까. 편백나무는 천연 항균 물질인 피톤치드가 풍부하기로 유명하다. 피톤치드는 우울증과 스트레스 완화, 아토피 같은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인지 장성에 있는 축령산 편백 숲은 ‘편백 치유의 숲’이라고도 부른다. 우리나라 국토의 약 70%가 산지임을 떠올리면 이 숲도 자연적으로 조성된 게 아닐까 짐작되지만, 이곳이 마을 주민 한 사람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숲이라면 믿겠는가. 편백 치유의 숲은 독림가(篤林家) 임종국 선생이 한국전쟁으로 황폐해진 축령산 일대에 1956년부터 1989년까지 사재를 털어 조림했다. 그 기간에 임종국 선생이 심은 수목의 규모만 해도 260여 헥타르에 달한다. 일반적인 축구장 규모가 1헥타르가 채 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노력을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임종국 선생은 편백림 한가운데 수목장(樹木葬)으로 잠들어 있다. 그가 해온 평생의 노력은 지금 사람들의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해주는 고마운 존재가 되고 있다. 숲은 편백 외에 삼나무도 함께 우거져 있다. 언뜻 보면 비슷한 듯하지만 두 나무는 잎 모양이 다르다. 삼나무 잎은 뾰족한 가시처럼 돋아 있고, 편백나무는 수더분한 부채처럼 펼쳐져 있다. 2002년 산림청에서 이 숲을 사들이면서 국유림이 됐다. 편백 치유의 숲은 주로 산책 코스로 활용되지만,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치유센터를 통하면 각종 힐링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다만 요즘은 코로나19로 일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데 제약이 있다. 편백 숲은 변함없이 푸른 모습으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니 조급함 대신 너그러운 마음으로 기다리며 코로나19가 우리 삶에서 사라진 후에 ‘실물 영접’ 하기로 약속.
* 편백 치유의 숲: 전남 장성군 서삼면 추암로 716
(左) <청자연> 밥상 (右) 장성 감 말리는 풍경

[TIP] 편집실 추천 ‘장성의 맛’
1. 장성에서 즐기는 남도 한정식
전라도는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푸짐한 한정식으로 유명하다. 한정식 전문점 ‘청자연’은 제철에 나는 친환경 재료로 밥상을 차린다. 장아찌와 나물, 부침개와 표고버섯강정 등 화학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 맛이 깔끔하다. 예약은 필수이며, 오후 3시면 영업을 종료한다.
* 청자연: 전남 장성군 황룡면 구석길 53-2

2. 가을에 주황을 더하는 ‘감’
장성은 단풍 외에도 감의 고장으로 유명하다. 황토단감, 대봉곶감 등 감 종류도 다양하다. 가을이면 장성 북하면과 남면 일대가 감을 수확하는 일손으로 북적이는데, 집 마당뿐 아니라 마을 어귀마다 감을 말리는 풍경으로 장관을 이룬다. 자연 바람에 말린 장성 곶감은 당도가 높아 설을 전후로 동이 난다. (글 이선 / 사진 장성용)

EDITOR AE안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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