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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맛을 아는 이들의 탐식생활Ⅱ
'내추럴 와인 vs 사워 맥주'


새콤한 맛의 와인에 빠져든다 '내추럴 와인'
와인에 있어 중요한 요소는 알코올, 타닌, 산미, 당분이다. 그중 산미는 와인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요소다. 산미가 두드러지는 와인은 산뜻하고 생기가 넘친다. 일반적으로 와인을 삼킨 뒤에 그 맛이 입안에 얼마나 오래 남는가를 말할 때 '피니시'라는 용어를 쓴다. 피니시가 길수록 산미가 높고, 피니시가 짧을수록 산미가 낮다. 산미는 음식과 와인 페어링에도 영향을 준다. 기름기나 향이 풍부한 음식과 함께 마시면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입 안에서 느껴지는 감각들을 무르익게 하여 음식의 맛을 북돋워 주기도 한다.





내추럴 와인(Natural Wine)은 화학비료와 농약, 인공 첨가물을 넣지 않고 자연 효모로 발효시켜 와인에 독특한 맛과 향을 부여하는 와인이다. 지역의 토양과 미생물의 특성이 살아 있고 산미가 강한 것이 특징이다. 대게 유기농으로 재배하여 '오가닉 와인'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와인은 산도가 높으면 인위적인 방식으로 산도를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여 질감과 풍미를 좋게 한다. 그러나 내추럴 와인의 경우 간섭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산도를 조절하지 않아서 좀 더 싱그러운 산미가 난다. 다만 발효 상태에 따라 시큼하고 꼬릿한 맛이 나기도 하고, 흙 향이나 풀 향이 섞여서 호불호가 강한 편이다. 그러나 내추럴 와인을 즐기는 이들은 자연의 생동감 있는 맛에 한 번 익숙해지면 신비한 와인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처음엔 낯설지만, 독특한 산미와 함께 섬세한 감칠맛이 느껴지는 와인이라고 할 수 있다.
내추럴 와인을 고를 때 '오렌지 와인'과 '펫낫(Pet-Nat)'이라는 종류를 더 알아두면 좋다. 오렌지 와인은 포도 껍질을 제거하지 않고 오랫동안 발효시켜 오렌지빛이 나는 와인으로 산미가 강하고 밝은 느낌이 든다. '펫낫'은 탄산을 주입하지 않고 와인의 발효가 끝나기 전에 병입해 자연스러운 기포가 살아 있는 와인으로 상큼한 과실 향이 풍부하다. 오렌지 와인은 주스처럼, '펫낫'은 스파클링 와인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추럴 와인은 음식의 향과 풍미를 해치지 않을 정도의 무게감이어서 샐러드, 생선, 해산물 요리는 물론 육류요리에도 두루 어울려 다양한 음식과 페어링을 시도해 볼 만하다. 산도가 높아 갈증을 적당히 해소해 주고, 포만감을 누그러뜨리는 음료의 역할에 충실하다. 특히 숙취가 적고 와인 초보자도 부담 없이 마실 수 있다는 입소문 덕분에 와인 판매숍에서도 내추럴 와인의 종류를 계속 늘려가는 추세다.
내추럴 와인은 인증마크가 따로 없기 때문에 소믈리에나 와인숍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좋다. 구매하기 전 내추럴 와인 정보를 얻는다면 조금 더 내 취향에 맞는 내추럴 와인을 고를 수 있겠다. 여름 와인 하면 청량한 스파클링 와인을 떠올렸다면, 올해는 내추럴 와인으로 와인의 또 다른 맛을 경험하기를.
사워 맥주(Sour Beer)는 효모와 미생물을 자연 발효시켜 6개월에서 3년가량의 긴 숙성 기간을 거쳐 신맛이 강해진 맥주다. 맥주의 산미는 정상적인 맥주 발효 과정에서는 부정적인 향취이지만, 사워 맥주는 산미를 의도적으로 이용해 맥주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한다. 과일의 상큼한 향과 부드러운 산미가 청량한 느낌이 들어 여름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음료이며, 산미가 입맛을 깨워 주어 식전주로 좋고, 디저트에도 잘 어울린다.




시큼한 술맛에 취한 사람들 '사워 맥주'
사워 맥주는 벨기에식과 독일식이 대표적이다. 벨기에식 람빅(Lambic)은 고대의 자연 발효 맥주 스타일로 발효와 숙성 과정에서 신맛, 과일 맛, 쿰쿰한 맛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독특한 맥주다. 람빅은 연식이 다른 것들을 섞어 마시는데, 요구르트처럼 가벼운 시큼한 맛부터 식초와 같이 무거운 시큼한 맛까지 다양하다. 독일식 사워 맥주 베를리너 바이세(Berliner Weisse)는 알코올 도수가 2~3%정도로 낮고 요구르트처럼 상큼한 신맛이 나 청량감이 좋은 맥주다. 전통적인 발효법으로 만든 유럽의 사워 맥주는 미국으로 건너가면서 보다 자유롭게 양조 되어 '아메리칸 와일드 에일'이라는 맥주 스타일을 만들어 냈고 사워 맥주가 더 다양화되었다.
우리나라에도 수제 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실험적인 맥주를 만드는 독립 양조장과 수제 맥주 전문점에서 사워 맥주를 즐길 수 있다. '와일드 웨이브'의 '설레임'은 유산균과 맥주 효모로 발효시켜 상큼한 맛이 나고 화이트 와인과 같은 산미가 돋보인다. 특히 부산 기장 딸기와 황매실, 경남 포도, 제주도 금귤 등 우리나라 전국 각지의 특산물을 맥주 제조에 이용하여 깊은 홉 향과 과즙의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사워 맥주 전문 펍 '사워 퐁당'과 수제 맥주 브랜드 '핸드앤몰트' '생활맥주'등에서도 국내에서 양조된 사워 맥주와 수입 맥주를 맛볼 수 있다.
국내 수제 맥주는 해외에서도 인정받아 각종 품평대회에서 수상하는 성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사워 맥주의 약진이 눈에 띈다. 미국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수제 맥주 브랜드인 '도깨비어'의 '김치 사워'는 올해 세계 최대 수제 맥주 대회인 월드비어컵(World Beer Cup)에서 은메달을 획득하였다. '김치 사워'는 김치 유산균으로 발효시킨 사워 맥주로, 차별화된 맛으로 미국 시장을 공략 중이다. '오비 맥주'의 수제 맥주 브랜드 '구스 아일랜드'의 '라이프 이즈 비터스윗 사워'도 2022년 호주 세계 맥주 품평회(AIBA)에서 금메달을 수상한 바 있다. 레몬과 생강, 벌꿀이 어우러져 산뜻하면서도 강렬한 풍미가 나는 사워 맥주다. 한편, 경기도가 개발한 쌀 맥주 '미미사워'(美米SOUR)는 2022년 일본 국제 맥주대회(IBC)에서 금메달을 수상하였다. 경기도 쌀 브랜드인 '참드림'을 이용하여 발효 때 생성되는 쌀의 산미의 특징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과일맥주들이 참신한 맛으로 소비자를 찾아가고 있다. 올여름은 짜릿하게 입안을 휘감는 사워 맥주 한 잔으로 무더위를 식혀본다.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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