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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주간지 K-공감
6년째 ‘장두원 장학금’ 운영 “청년 고민은 청년이 가장 잘 알아 함께하면 바꿀 수 있다”
'‘2024 청년의 날’ 청년정책 유공 대통령표창 장두원 씨'

“누구보다 청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내 이름을 건 장학금을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9월 21일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2024 청년의 날’ 기념식. 이날 청년의 권익 증진을 위해 노력해온 이들을 포상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에서 장두원 씨(서울 종로구 청년정책위원장)가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자립준비청년·청소년을 위해 6년째 ‘장두원 장학금’을 운영해온 등의 공로다. 그는 2014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자립준비청소년들을 도와왔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꿈을 접어야 하는 이들을 돕다 자신의 이름을 건 장학금까지 만든 것이다. 장 씨는 “나 역시 가정형편이 어려워 힘든 시절이 있었다”며 “그 아픔을 알기에 손을 내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청년정책 유공 대통령표창을 받은 장두원 씨가 활짝 웃고 있다.
자신 역시 청년인 그는 “사회의 기준과 상관없이 나다운 삶을 살았더니 상이 따라왔다”고 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장 씨는 현재 청년들의 취업을 돕는 직업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청년센터, 대학교 등에서 청년들의 미래 설계를 돕는다. 1993년생으로 자신 역시 ‘청년’이라는 이름표가 딱 들어맞는 그가 직업상담사로 나서게 된 이유는 뭘까. 졸업 후 대학교 홍보실에서 일하던 중 우연히 대학생 진로강의에 ‘대타’로 선 것이 계기가 됐다.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고 도움을 주는 것이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그때 알았다. 그 역시 미래에 대한 막막함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누구보다 청년들이 지닌 삶의 무게를 잘 아는 까닭에 연대의 필요성을 느꼈다. 그는 “청년들은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를 얻는다”며 “직업을 선택해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이 가고자 하는 길에 동행해주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장 씨는 특히 고립·은둔청년이나 경계성 지능장애 청년 등 취업취약계층에게는 무료 상담을 해준다. 기획재정부의 2030 청년자문단 ‘영다이나믹스’에서 활동하며 청년정책 제안에 힘쓰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취약계층 청년들이 꿈을 펼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대학일자리센터 고도화 △사회이동성 개선 △경력보유여성 지원 등의 방안을 제시한 것이 주목을 받으면서 지난 9월 기재부 경제교육관리위원회 위원으로도 위촉됐다. 언론인, 교육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자리에 일반인이 이름을 올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청년에게 필요한 정책은 누구보다 청년이 잘 안다. 청년들 스스로 청년정책에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10년째 자립준비청년·청소년을 돕고 있다.
대학시절 교육 봉사를 하다 자립준비청소년들을 알게 됐다. 그때 가깝게 지내던 몇몇 친구가 대학에 합격하고도 입학예치금이 없어 곤란해 하는 모습을 봤다. 입학하기 전 보증금 형식으로 20만~30만 원가량을 미리 내야 했는데 그 돈이 없었던 거다. 여기저기 알아보다 입금 기한을 서너 시간 남기고선 나에게 연락을 해왔다. “형, 일해서 갚을 테니 빌려줄 수 있겠냐”며 어렵게 말을 꺼냈다. “당장 계좌를 보내라”고 했다. 그해에만 15명가량에게 도움을 줬다. 그것이 계기가 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계속 도왔다.
그게 ‘장두원 장학금’으로 이어진 건가?
도움을 받은 친구들이 국민추천포상에 나를 추천해 2018년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 그전까진 그런 상이 있는 줄도 몰랐다. 얼떨떨했다. 청와대로 상을 받으러 가는 길에 “우리 마음속엔 형이 대통령”이라는 전화를 받고 눈물이 쏟아졌다. 그 친구들이 “숨어서 하지 말라”며 정식으로 장학금을 만들 것을 조언하고 ‘장두원 장학금’이라는 이름도 지어줬다. 그들 중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이들은 장학금에 기부도 한다. 지금은 사회복지기관, 종교기관 등 수탁기관을 통해 형편이 어려운 청년·청소년·한부모가정 등을 돕고 있다.
자신도 형편이 넉넉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 남을 도울 생각을 했나?
대학시절 아버지 사업이 기울면서 한부모가정이 됐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여동생이 학내 차별로 무척 힘들어했다. 그때 ‘경제적 어려움으로 차별받는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야 과외나 아르바이트를 해 돈을 벌 수 있으니 충분히 다른 이들을 도울 수 있었다. 지금은 한 해 300만~400만 원 정도를 장학금으로 기부하는데 이 역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취업취약계층을 위한 무료 멘토링도 하고 있다.
강연을 다니다 보면 고립·은둔청년이나 경계성 지능장애를 가진 이들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취업 의지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회에 발을 내디뎌야 하는지 알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경력이 있더라도 몇 개월, 1년이 전부다. 그런 이들은 직접 고용복지공단에 손잡고 간다. 나는 진로 방향을 잡아주고 이력서 쓰는 법 등을 돕는다. 함께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그들은 고민을 나눌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힘을 얻는다.
2030 청년자문단 역시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고?
영다이나믹스의 역할은 청년 스스로 청년들에게 필요한 정책을 제안하는 것이다. 대학생, 회사원, 프리랜서 등 2030 청년 20명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가 취업이 어렵지만 취약계층은 말 그대로 그 어려움이 훨씬 크다. 그들을 위한 정책 제안을 하는 데 힘쓰고 있다.
그간 어떤 정책을 제안했나?
가장 주목받은 것은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 고도화 방안’이다. 대학마다 적성검사부터 진로 상담, 기업 멘토링 등 취업 전반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일자리플러스센터가 있다. 좋은 서비스이지만 그 대학 학생이 아니면 이용할 수 없다. 청년이라면 누구나 일자리플러스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안했다. 또 중요한 것이 구직자와 멘토를 폭넓게 연결하는 것이다. 구직자들을 만나보면 의외로 직무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를 위해 대학일자리센터가 민간 플랫폼과 협력해 멘토링 서비스를 활성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구직활동에 있어 멘토의 역할은 무척 중요하다.
왜 그런가?
청년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인생의 방향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데서 온다. 그럴 때 나침반 같은 멘토가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무척 크다. 특히 자립준비청년들이 좋은 멘토를 만난 후 스스로 인생을 개척해가는 모습을 많이 봤다. 앉아서 공부하고 자격증 따고 자기소개서만 쓴다고 해서 취업이 되지 않는다. 면접에서 막힌다. 막힌 문을 여는 데 인생 선배, 직무 경험자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
구체적으로 요즘 청년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뭔가?
신입으로 취업하는 게 너무 어렵다는 거다. 올해에도 기업 채용이 30% 줄었다. 그래서 ‘시야를 넓히라’고 조언한다. 취업이 어렵다고 하지만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인력난을 겪고 있다. 목표와 현실의 차이가 너무 크다면 가능한 곳에서 일경험을 쌓으며 필요한 것들을 메워나가야 한다. 나중에 대기업으로 이직하기 힘들다고? 결코 불가능한 일이 아닐 뿐더러 중요한 것은 ‘내가 왜 대기업을 가려고 하는 것인가’다. 실질적인 필요에 의한 것인지, 사회적인 시선에 의한 것인지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일자리에서 좋은 처우를 기대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대학시절 신문사에서 인턴기자로 일했는데 한 달 만에 대부분의 동료가 그만뒀다. 기자로 들어왔는데 창고정리만 시킨다는 이유였다. 남아 있던 내가 한 일은 500호에 이르는 신문을 새로 정리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누가, 어떻게 신문을 만들고 신문은 시대에 따라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한눈에 살펴볼 수 있었다. 인턴 3개월째부터 펜을 들어 끝날 때까지 총 150개의 기사를 썼다. 그때 ‘창고일’이 큰 도움이 됐다. 어디서 일을 하는지보다 거기서 무엇을 배울 수 있고 어떻게 성장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취업의 어려움 등으로 무기력한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들에겐 무엇이 필요할까?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성공을 경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운동을 해 목표 체중에 도달하거나 마라톤 대회에 나가 완주를 해보는 거다. 최근에 만난 한 청년은 매일의 일상을 기록하면서 무기력을 극복했다고 하더라. 혼자 실천하기 어렵다면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청년 프로그램에 참여해볼 수도 있다. 구직활동이 아니더라도 다른 청년들과 문화생활을 함께하면서 삶의 활력을 되찾을 수 있다.
정부의 청년정책을 알리는 데도 힘쓰고 있다. 반드시 알아둬야 할 정책이 있다면?
고용노동부의 ‘청년도전지원사업’을 추천한다. 구직단념청년이나 자립준비청년이라면 자신감 회복과 재취업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수당도 지급된다. 취업뿐 아니라 자산형성을 돕는 ‘청년도약계좌’,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청년 주택드림 청약통장’, 정신건강 회복을 지원하는 ‘청년마음건강지원사업’ 등 어려움을 덜 수 있는 좋은 정책이 정말 많다. 정부의 모든 청년정책을 찾아볼 수 있는 ‘온통청년’ 누리집(youthcenter.go.kr)이나 취업정보를 알 수 있는 고용노동부의 ‘고용24’ 누리집(www.work24.go.kr)은 반드시 즐겨찾기 해놓을 것을 권한다.
청년세대로서 함께 나누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청년은 미래 사회의 주역이다. 그러니 당장 시련이 있더라도 꿈을 가지고 도전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한부모가정 자녀로 동생이 겪은 어려움이 내가 가야 할 길을 알려준 것처럼 지금의 장애물이 훗날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청년정책 제안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목소리를 내야 우리가 원하는 방식대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미래에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면서 함께 연대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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