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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적 경주 불국사와 국보 경주 석굴암 석굴을 통해 본 통일신라의 시대정신

2022-01-07

문화 문화놀이터


건축가 유현준이 추천하는 1월의 문화재
사적 경주 불국사와 국보 경주 석굴암 석굴을 통해 본 통일신라의 시대정신
'유현준 건축가'

    유명 예능 프로그램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 출연해 공간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를 들려준 인문 건축가 유현준. 
건축을 보면 그 사람의 생각을 알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그에게 과연 문화재는 어떤 의미일까. 수많은 문화재 중 사적 경주 불국사와 국보 석굴암 석굴(이하 불국사, 석굴암)을 추천한다는 유현준 건축가. 그의 이야기를 따라, 그 시대를 짚어 보았다. 


완결성이 돋보이는 통일신라 문화유산
    “건축가로서 저는 얼마나 힘이 많이 들었을지, 얼마나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을지 등에 초점을 두고 건축물을 바라봐요. 문화재 역시 마찬가지죠. 이걸 설계하고 시공하기까지 건축가의 노력과 이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국가의 문화, 경제적 수준 같은 것을 짚어보죠. 그게 제가 불국사와 석굴암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입니다.”
    그는 통일신라 문화재의 완결성을 높이 평가하며 대한민국의 모든 역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대라고 답했다. 그 시대 에서도 단연 손꼽을 수 있는 작품이 그 두 가지라는 것. 



    불국사는 청운교와 백운교를 중심으로 높이 솟아 있는 구조로 대중이 사찰을 올려다보게끔 위치해 있다. 유현준 건축가는 이 거대한 건축물을 지탱할 기단부에 초점을 둔다. 긴 돌이 가로세로 격자 형태를 띠고, 그 사이에 돌을 쌓아 만든 ‘가구식 석축’ 형태가 아주 높게 형성되어 있는 것은 우리 문화재 중 유례없이 독특한 양식이라고 전했다.
    “이 기단부를 올라가려면 백운교 18계단과 청운교 16계단을 넘어야 해요. 권력과 부유함이 있어야 가능한 스케일 이죠. 우리나라에서 이만큼 기단부가 높은 문화재는 경복궁을 꼽을 수 있어요. 이렇게 비교하니 불국사가 상징하는 바가 더 잘 드러나는 거 같죠?” 
기하학적 구조 속 돋보이는 개방성
    불국사와 더불어 그가 손꼽는 문화재는 석굴암이다. 유현준 건축가는 석굴암이 보여주는 ‘개방성’에 주목했다. 동양 건축물로서는 드물게 나타나는 기하학적 구조 때문이다. 유현준 건축가는 이러한 건축구조가 타국과 활발하게 교류한 통일신라의 개방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국보 경주 석굴암 석굴 전경 (사진. 문화재청)??

    "그 당시 통일신라가 바닷길을 통해 다양한 국가와 교류한 흔적이 건축물에 드러나지 않았을까 추측해요. 저는 이런 개방성을 아주 높이 평가합니다. 개방적이라는 것은 언제든지 내가 틀렸다는 것을 인정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거든요. 더 나은 존재로 발전할 계기를 만들어 주죠.” 돌로 쌓아 건축한 뒤 다시 흙으로 덮어버림으로써 외부 사람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석굴암의 형태는 굉장히 특별한 양식이라고 한다.
    “불국사와 석굴암이 건축적으로 상반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승려로 하여금 각자 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만들 수 있어요. 불국사는 모두에게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에 다른 승려와 다같이 부처를 모시는 집단성을 띠게 만들죠. 하지만 석굴암은 달라요. 지리적 위치부터 매우 깊숙한 곳에 있어요. 그 옛날 오솔길을 혼자서 걸어가는 거예요. 석굴암을 가는 길목부터 승려는 혼자 부처를 만나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갈 준비를 합니다. 모든 종교는 집단적 공간과 사적인 공간이 필요한데, 불국사와 석굴암이 그 대비를 잘 보여준다고 느낍니다.” 
 
左) 국보 경주 불국사 청운교 및 백운교 (사진. 문화재청)   右) 유현준 건축가는 통일신라의 부유함과 개방성에 주목했다
 
건축의 다양성이 만드는 열린 사고
    건축을 통해 한 시대의 정신을 엿본 유현준 건축가. 그렇다면 현재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건축물은 무엇이 있을까? 그는 천년 뒤, 우리의 후손의 시각에서 ‘한강의 다리’ 가 가장 상징적인 건축물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강의 다리는 엄청난 양의 콘크리트와 기술로 강남과 강북을 잇습니다. 그렇게 서울의 규모가 더 확장되었고요. 이게 21세기 한국인이 얼마나 부유한지, 그리고 얼마나 서로 연결되어 있는지를 상징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거대한 건축물과 문화재를 보고 ‘거대 권력의 상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는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사회가 점점 발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다만, 한국의 건축물이 조금 더 다양해지길 바란다는 그는 획일화된 주거 환경이 우리의 생각마저 획일화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보 경주 불국사 다보탑과 삼층석탑

    “다양성이 주는 힘을 믿습니다.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앞으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건축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정말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들이 다양하고 열린 사고를 하게끔 돕고 싶습니다.”
    사람과 건축의 사이를 이야기하는 유현준 인문건축학자. 쉴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간은 준비했던 프로젝트를 완성하며 건축학자의 삶에도 소홀 하지 않을 것이라 전했다. 앞으로도 그의 ‘다양한 이야기’가 우리의 모든 공간에 전해지길 기대해 본다.
    다양성이 주는 힘을 믿습니다.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일 수 있다면 앞으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고 봐요. 건축이 시대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건축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정말 크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다양하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있게끔 돕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