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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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인간이 아름답게 공존하는 내륙습지
'창녕 우포늪 천연보호구역'

우포늪은 우리나라의 최대 내륙습지이다. 낙동강 지류인 토평천 유역에 형성된 하천습지로 우포, 사지포, 목포, 쪽지벌 등을 아우르는 지명이다. 2011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우포늪 천연보호구역의 면적은 3,428,056㎡(104만여 평)에 이른다. 식물 800여 종, 동물 44여 종이 서식할 만큼 자연생태가 건강해서 '생태계의 보고(寶庫)', '살아있는 자연사박물관'이라 불린다.
소목나루에서 바라본 오포늪의 동틀 무렵 풍경

우포늪의 특별한 역사와 가치
우포늪은 경남 창녕군 열왕산의 서쪽 기슭에서 발원한 토평천 중류에 형성된 하천습지이다. 창녕군 대합면 주매리, 이방면 안리, 유어면 대대리와 세진리 등 여러 마을에 걸쳐 있을 정도로 면적이 넓다. 담수 면적은 2,505,176㎡ (75만 7,800여 평)이지만, 습지보호지역은 그 3배가 넘는 8,547,000㎡(258만여 평)에 이른다.
우포늪에는 소처럼 생긴 우포(소벌)만 있는 게 아니다. 큰비가 내리면 나무 가 많이 떠내려 온다는 목포(나무벌), 유난히 모래가 많은 사지포(모래벌), 규모가 가장 작고 맨 아래쪽에 위치한 쪽지벌 등을 통틀어서 ‘우포늪’이라 부른다. 토평천 이외에도 대합천, 평지천, 초곡천 등이 이곳으로 흘러든다. 여러 개의 작은 하천과 합쳐진 토평천은 우포늪에서 6km쯤 더 흘러 낙동강 본류에 합류된다.
우포늪은 지금으로부터 6,000여 년 전에 형성됐다고 한다. 15,000년 전쯤 절정에 달했던 빙하가 녹기 시작해 해수면이 점차 상승함에 따라서 낙동강 물길이 자주 범람했다. 그럴 때마다 강물에 떠내려온 모래가 쌓여 자연제방이 생겨났고, 그 안쪽에는 광활한 늪지가 형성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공룡시대인 중생대 백악기(약 1억 4,000만 년 전)에 해수면의 급격한 상승과 낙동강 유역의 지반 침하로 우포늪이 생겼다는 설도 있다.
일제강점기만 해도 우포 근처에는 가항늪, 학암벌 등을 비롯한 늪지가 많이 남아 있었다. 그러다 우포늪 동쪽에 대대제방이 건설되고 대대들녘이 개간되기 시작한 1933년부터 우포늪 일대의 늪지들은 면적이 크게 줄거나 아예 사라져 버렸다. 우포늪은 ‘창녕 백조도래지’라는 이름으로 1933년에 처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고니(백조)가 더이상 찾지 않는다는 이유로 1973년 천연기념물 지정이 해제되었다. 이후 우포늪의 훼손은 광범위하게 진행됐다. 우포늪과 토평천 유역에 대규모 제방이 여럿 설치됐고, 그때까지 남은 사몰포, 용호 등의 늪지도 농경지로 바뀌었다.
다행스럽게도 1990년대에 들어서부터는 우포늪의 생태적 가치와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보존의 필요성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 덕분에 우포늪 일대의 개발계획과 훼손 행위가 중단되고, 우포늪의 자연생태계는 빠른 속도로 되살아났다. 우포늪은 1997년에 자연생태계보전지역, 1998년에 람사르협약 보존습지, 1999년에 습지보호지역, 2011년에는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으로 지정되었다.
左) 우포늪에 자생하는 가시연꽃은 멸종위기 2급 식물이다. 右)우포 따오기복원센터 내의 무논에서 노랑부리저어새와 함께 먹이를 찾는 따오기

살아 숨 쉬는 자연을 만나는 우포늪 생명길
우포늪의 아름다운 풍광과 되살아난 자연을 생생하게 느끼려면 우포늪 생명길을 걸어봐야 한다. 긴 제방을 가로질러 잠수교를 지나고, 숲길(숲탐방로)을 넘어서 갈대숲으로 이어지다가 징검다리를 건너, 다시 우포늪을 옆에 끼고 걷는 길이다. 유유상종 모여서 먹이를 찾는 철새와 텃새도 관찰하고, 어디선가 불쑥 뛰어나왔다가 전광석화처럼 사라지는 고라니, 삵 등의 포유 동물도 만나게 된다.
총 길이 8.4km의 우포늪 생명길을 완주하는 데는 3시간 내외면 충분하다. 우포늪을 포함한 4개 늪지를 모두 둘러볼 수 있고, 숨 가쁠 정도로 비탈지거나 위험한 구간이 없어서 누구나 힘들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순환코스인 이길은 어디에서 시작하든 출발지로 돌아온다. 그래도 주차장, 음식점, 자전거 대여소 등의 편의시설이 많고, 우포늪에 대한 여러 자료와 체험시설을 갖춘 우포늪생태관 쪽에서 출발하는 것이 좋다.
생태관에서 10분 내외만 걸으면 광활한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늦가을부터 이른 봄날 사이에 ‘백조의 호수’로 변신하는 우포늪이다. 크고 하얀 몸집과 우아한 자태가 돋보이는 큰고니(천연기념물)들이 호수 곳곳에 삼삼오오 모여서 먹이를 찾거나 쉬고 있다. 하지만 큰고니는 우포보다 사지포에 훨씬 많다. 인적 뜸한 사지포는 경계심 많은 큰고니들에게 더없이 좋은 안식처이기 때문이다. 이번 겨울에는 하얀 큰고니들 사이에서 새까만 흑고니 한 마리가 겨울을 나기도 했다.
꽃샘바람이 이따금 불어오는 3월에도 우포늪은 새들의 천국이다. 아직 북쪽으로 날아가지 않은 큰기러기, 쇠기러기, 청둥오리 등의 겨울철새 말고도 원래 여름철새이면서 이젠 텃새나 다름없는 왜가리와 중대백로, 텃새인 흰뺨 검둥오리, 물닭, 논병아리, 나그네새인 깝짝도요, 민물도요 등이 군데군데에서 꼼짝 않고 쉬거나 자맥질하며 먹이를 찾는다. 우포늪을 삶터로 삼은 어민들도 종종 만난다. 하지만 겨울철새들의 월동기에는 쪽배에 몸을 싣고 미끄러지듯 우포늪의 수면을 가로지르는 어민들의 모습은 보기 어렵다. 목포를 제외한 늪에서는 어로행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左) 쪽배에 몸을 싣고 소목나루를 출발한 어민들이 우포늪 한복판으로 향하고 있다.
右)우포늪과 쪽지벌 사이의 왕버들 군락지를 지나는 우포늪 생명길의 탐방객

따오기 다시 날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따옥 따옥소리 처량한 소리…(후략)’ 애달픈 가사와 구슬픈 가락으로 나라 잃은 겨레의 슬픔을 노래한 동요 ‘따오기’ 중 일부이다. 한때 국민동요라 불릴 만큼 인기가 많았지만, 정작 이 동요의 주인공인 따오기를 실제로 본 사람은 흔치 않다. 1979년 DMZ에서 관찰된 뒤로 우리나라의 따오기가 멸종되었기 때문이다.
창녕군에서는 오래전부터 따오기를 되살리기 위해 적잖은 노력을 기울였다. 2005년에 중국 내 따오기 서식지에 대한 조사 작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따오기 복원사업에 나섰다. 2008년 10월 13일 우포늪따오기복원센터가 준공된 지 나흘 만에 중국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기증을 약속한 최초의 따오기 한 쌍이 들어왔다. 이듬해 4월에는 처음으로 알을 낳아 2마리가 부화됐다. 첫 부화에 성공한 지 10년 만인 2019년 5월 22일에는 40마리가 처음 자연에 방사되었다. 현재까지 번식에 성공한 ‘우포 따오기’의 개체 수는 무려 535마리나 된다. 그중 240마리는 자연 방사되었고, 지금 따오기복원센터에는 283마리가 생활한다.
큰고니 떼가 겨울을 나는 사지포에 국내에는 도래하지 않는 매우 희귀한 흑고니가 한 마리 날아들었다.

자연으로 돌아간 따오기는 우포늪 주변의 소나무 숲에 둥지를 틀고 번식한다. 번식기인 4~5월에는 솜털 보송보송한 새끼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따오기복원센터 내부는 일반인도 예약해 둘러볼 수도 있지만, 현재는 조류인플루엔자를 막기 위해 한시적으로 출입을 막고 있다.
따오기복원센터 안에 들어가지 못해도 따오기를 관찰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입구 주변의 무논에서 민물새우나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따오기를 쉽게 볼 수 있다. 일부러 놀라게 하거나 큰소리를 내지 않으면 가까이에 있는 사람도 크게 경계하지 않는다. 이곳의 무논은 수량이 적당하고 먹이도 풍부해서 따오기, 노랑부리저어새, 왜가리, 중대백로, 큰기러기 등이 사이좋게 공존한다. 한없는 여유와 평화가 느껴지는 그 광경을 지켜보노라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포늪의 건강한 생명력에서 큰 기운을 얻는다.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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