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우리 삶 속에서 살아 숨 쉬는 무형문화재
사람과 세상을 지키는 주거기술 온돌문화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온돌 난방'

오늘날 건축계의 세계적인 추세는 친환경 건축, 생태 건축, 지속가능한 건축이다. 한옥은 이런 추세에 가장 적합한 사례로 꼽을 만하다. 한옥 건축을 구성하는 기술적인 요소에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온돌이다. 온돌은 단순히 방을 따뜻하게 해 주는 기능적 역할을 넘어, 한국인의 생활문화를 형성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런 가치를 인정받아 온돌문화는 2018년 4월 30일 국가무형문화재 공동체종목으로 지정되었다.

방구들 아래 아궁이에서 불을 때 바닥을 덥히는 온돌 난방은 약 2,000년 전부터 이어져 온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문화이다. (사진.문화재청)


쪽구들부터 이중 구들까지, 온돌의 발전사
우리나라 고유의 주거문화로서, 또한 대표적인 친환경적 건축 기술로서 주목받고 있는 온돌은 초기 철기시대에 고래식 구들이 나타나면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서는 평안북도 영변 세죽리와 노남리 유적에서, 남한에서는 수원 서둔동 움집터에서 가장 오래된 ㄱ자형 고래가 확인되었다. 온돌에 관한 기록은 10세기 중엽에 편찬된 『구당서(舊唐書)』 「고려전(高麗傳)」에 실린 ‘장갱(長坑)’에서 비롯된다. 여기서 ‘갱(坑)’은 중국의 침대식 난방인 ‘캉’을 의미하는 것으로, 전면온돌 개념은 아니다. 외줄고래나 ㄱ자형 고래가 진화해 방 전체에 고래를 설치하고 구들을 까는 전면온돌은 고려 후기에 완성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출처.정정남, 『한국민속대백과사전』, 국립민속박물관)
온돌의 명칭은 장갱, 화갱(火坑), 난돌(暖?), 연돌(烟?), 구들 등으로 다양하게 불리다가 19세기 이후 온돌이라는 이름으로 정착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최초의 온돌 형태는 기원전 4세기에서 기원후 1세기 사이 연해주 남부의 옥저인(沃沮人)이 만든 쪽구들인데, 방의 일부분에 구들을 놓고 난방을 하는 방식이었다. 당시의 쪽구들은 —자 혹은 ㄱ자 형태로, 이들이 쪽구들을 발명한 것은 추운 겨울을 효율적으로 견디기 위함이었다. 주변의 말갈인은 땅을 깊이 파고 수혈(竪穴) 생활을 하면서 추위를 견딘 반면, 농사를 짓고 정착 생활을 하던 옥저인은 땅을 깊이 파지 않고 집을 짓는 대신 쪽구들을 설치했던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발전한 특이한 온돌로는 경남 칠불사의 ‘아(亞)’자 방이 있다. 약 8m 길이의 방 안 네 귀퉁이에 70cm 높이로 좌선대를 마련하고, 그곳에서 승려들이 좌선을 행했으며 중앙의 낮은 곳은 불경을 읽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아(亞)’자 형태인 독특한 구조의 방을 난방하기 위해 온돌을 이중으로 구축했는데, 그에 따라 한 번 불을 넣으면 상하 온돌과 벽면까지 100일 동안이나 따뜻했다고 한다. (출처.하동향토문화백과, 하동 칠불사 아자방지, http://hadong.grandculture.net/hadong/toc/GC03400545)

01. 함경북도 경흥군 웅기면에서 일제강점기 때 발굴된 송평동 패총유적 중 온돌 연도가 노출된 모습.
온돌의 초기 형태인 쪽구들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02. 해체, 보수를 거쳐 복원된 보물 경복궁 향원정 발굴조사 당시 모습. 온돌 아궁이와 개자리, 고래둑이 노출되어 보인다. (사진.국립강화문화재 연구소)
03. 보물 경복궁 아미산 굴뚝. 왕비의 생활공간인 교태전 온돌방 밑을 통과한 연기가 나가는 굴뚝이다. (사진.문화재청)


쾌적하고 친환경적인 온돌 난방의 구조와 원리
온돌의 구조는 아궁이, 구들장, 부넘기, 고래, 개자리, 연도, 굴뚝으로 구성된다. 부엌에 아궁이를 설치하고 거기에서 불을 피워서 열을 공급한다. 이 열은 아궁이에서 턱을 넘어 방 안으로 흡입되는데 이 턱을 부넘기라고 한다. 부넘기는 열이 방 안으로 골고루 전달되도록 하는 한편 아궁이에서 생기는 재가 고래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한다. 부넘기를 넘으면 고래가 있는데, 상부를 덮은 돌을 구들장이라고 한다. 열이 고래를 지나 연도와 굴뚝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상부의 구들장을 데우게 된다. 온돌의 뒤편에는 고래보다 깊게 파 놓은 개자리가 있는데, 불기운을 빨아들이고 연기를 머무르게 하기도 하고, 고래에 들어온 재가 모이면 용이하게 제거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아궁이에서 불을 때면 그 열기가 방바닥에 깔아 놓은 구들장을 데우고 그 구들장에서 나온 열이 방 전체에 퍼져 따뜻해지는데 이것이 열전도 원리이다. 또 데워진 구들장에서 나온 열기가 방 전체에 퍼지는 것은 열의 복사 현상이며, 방 안 공기가 위아래로 순환되면서 훈훈해지는 것은 대류 현상이다. 이처럼 온돌은 불을 피우고 거기에서 나오는 열을 전도와 복사, 대류 현상으로 적절하게 이용해 열효율을 높인 과학적이고 위생적인 난방법이다.
현대건축의 난방 방식에서 가장 흔히 접하는 것은 천장에 덕트(Duct)를 설치하고 공기를 따뜻하게 하거나 차게 해 방 안의 온도를 조절하는 공기난방 방식, 불이나 전기로 데운 온수를 방 안에 공급하는 온수난방 방식, 온돌처럼 불로 돌을 데우고 돌에서 나온 열을 방 안의 사람에게 전달하는 복사난방 방식이 있다. 공기난방 방식은 가장 경제적인 반면에 사람에게 쾌적한 느낌을 주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가정에서 사용하는 온수난방 방식은 공기난방 방식에 비해 경제적이지는 못하지만 쾌적한 편이다. 복사난방 방식은 경제성은 떨어지지만 세 방식중 가장 쾌적하고 친환경적이다.

左) 온돌의 구조 (사진. 서울시교육청) 右) 보물 안동 도산서원 도산서당의 온돌방(사진. 도산서원)


전통에서 현대로, 온돌문화의 가치 찾기
최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온돌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건축법」 등 여러 가지 제약조건으로 인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온돌 기술을 현대인의 주거문화에 적절하게 적용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온돌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먼저 현대화와 산업화가 필요하다.
한편에서는 온돌의 장점을 인지한 외국에서 온돌 연구에 집중해 새로운 기술이나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 어느 날 내 집에 온돌을 설치하려면 외국인에게 사용료를 지불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 한옥 건축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한옥에 사용하는 주재료인 흙이나 목재가 인체에 좋다는 것은 알지만 이들 재료가 어떻게 인체에 좋은지를 규명하는 연구나, 이를 어떻게 현대화해 활용할 수 있을지에 관한 연구는 미흡하다.
필자는 최근 한옥을 해외에 보급하고 수출도 진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찜질방을 유럽이나 미국 등에 보급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찜질방은 우리나라 사람뿐만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인기 있는 응용 주거문화재인 것이다. 찜질방은 사람에게 쾌적하기도 하지만 건강을 유지하는 데 유용한 시설 중 하나이다. 원리는 온돌과 동일하며 한옥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요소 중 하나이다.
한옥처럼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을 수출하는 것은 경제적으로도 이익일 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널리 전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온돌을 현대화하고 산업화해 K-주거와 기술을 세계에 보급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한다. (참고 문헌: 권석영, 『온돌의 근대사』, 일조각, 2010, 김준봉, 『온돌 그 찬란한 문화』, 청홍, 2006, 송기호, 『한국 온돌의 역사』, 서울대학교 출판문화원, 2019, 주남철, 『한국주택건축』, 일지사, 1980, 최영택, 『구들』, 고려서적주식회사, 1989)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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