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늘과 내일
각으로 접고 손으로 꿰매어 펼쳐내는 섬유공예의 매력
'섬유공예작가 조하나'

한땀, 한땀 정성스럽다는 말이 더할 나위 없이 들어맞는다. 손수 염색한 직물을 각 잡아 접어 가며 형태를 만들고 촘촘한 바느질로 섬세하게 잇는다. 전통 기법에 현대적 마감을 더한 조하나 작가의 작품은 보기에도 아름답지만 쓰기에도 좋다. 몸에 닿는 액세서리부터 외출할 때 드는 가방 그리고 집안 한편을 밝혀주는 장식품까지. 실용성과 미를 갖춘 공예의 매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작은 천 한조각도 출륭한 소재가 되고, 바느질 한 땀도 빛나는 무늬가 된다.




고유 정서를 담은 일상의 공예
옛 여인들에게 바느질은 일상의 일부였다. 손바느질로 직접 옷을 지어 입기도 했고, 자투리 천을 모아 생활소품인 보자기를 만들기도 했다. 의류의 솔기가 터진 부분을 보수하는 일도 바느질로 해결했다. 지금은 옷도 소품도 기계가 어렵지 않게 뽑아내는 시절이지만, 사람 손으로 만든 물건에는 여전히 특별한 정서가 묻어난다.
“선조들이 만든 공예품을 보면 정말 지혜로운 점이 많아 감탄이 나와요. 구조적으로도 특색이 있는 데다 누가 쓰느냐에 따라 쓰임새도 다양해질 수 있거든요.” 조하나 작가가 작품을 만들 때 주로 사용하는 기법은 ‘바느질’과 ‘각 접기’이다. 섬유공예에서 바느질은 직물의 형태를 잡아주는 기능적인 역할도 하지만 손으로 만든 작품의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미학적인 역할도 한다. 사람이 손으로 하기에 미세한 오차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계로는 잡아낼 수 없는 섬세한 흔적이 실을 따라 이어진다. 단순히 직물을 연결하는 용도가 아닌 그 자체로 표현기법이기에 실 하나를 고를 때에도 소재와 색감 모두 고려한다. 직물의 특성을 살펴 소재를 선택하고 염색 역시 천연방식으로 직접 하고 있다.

左) 목걸이, 130×8×3.5cm(좌), 130×5×3.5cm(우), 실크, 실크사 (사진. 조하나)
中) 토드백, 45×30×8cm, 모시, 소가죽, 실크사 (사진. 조하나) 右) 클러치백, 27×19×8cm,실크, 실크사 (사진. 조하나)


조하나 작가의 ‘각 접기’는 우리나라 전통 접기에서 비롯했다. 주름 접기에서 반복해서 드러나는 선과 면은 공예품의 조형성을 높여주는 요소이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전통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는다. 전통에서 무한한 아이디어를 발견하지만, 여기에 오늘날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이 시대의 감각을 담으려 한다.
“도서관에서 유물 서적을 찾아보고, 틈만 나면 박물관에도 자주 갔어요. 출발점은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깨닫는 부분이 많았어요. 전통에서 출발하더라도 계속 작업을 하다 보면 나만의 것이 나올 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고민의 흔적은 작가의 개성으로 피어났다. 특유의 각이 살아 있는 그의 공예품을 보면서 아는 사람들은 모두 ‘조하나’라는 이름을 떠올린다. 그도 이 점에 관해서는 작가로서 자부심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작업 방식인 ‘각 접기 직물 장신구 및 가방’은 2013년에 특허 등록을 했다. 그리고 섬유공예에 담긴 규방의 지혜를 알리고자 2015년 『종이접기로 만드는 주름 장신구』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 하기도 했다.

01) 브로치, 5×8×3.5cm, 실크, 모시, 실크사 (사진.조하나) 02) 한 땀, 한 땀 정성어린 손길로 만들어지는 그의 작품들
03) 조하나 작가는 오래되어 낡더라도 계속 간직하고 싶은 가치를 작품 속에 담는 것이 꿈이다.


가까이 있으나 흔하지 않은 공예의 매력
여러 분야 가운데 조하나 작가가 섬유공예에 빠져든 까닭은 섬유가 지닌 자유로움이었다. 부드럽고 가벼우면서도 조형적으로 고정되지 않은 섬유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한 소재였다. 그즈음 금속 알레르기 때문에 액세서리를 하지 못하는 지인을 만나면서, 누구나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소재로 장신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직접 써보고 주변에도 선물하고 싶은 바람으로 냈던 아이디어였으나, 그 사이에 숨은 가치를 알아보는 눈이 있었다. 학부생이었던 2002년 전국공예품대전에서 특선을 차지한 후로 꾸준히 작품을 선보여 온 조하나 작가는 최근 서울공예박물관에서 펼쳐진 기획전시 ‘공예다반:일품단장’에도 참여했다. 이 전시의 기획 의도를 살펴보면 오늘날 공예작품이 지닌 가치를 가늠 할 수 있다. ‘차와 밥처럼 일상에서 늘 즐길 수 있으나, 예사롭지 않고 흔하지 않은 것’. 기성품과 다른 예술 공예품의 특별함을 높여주는 핵심은 결국 작가에게서 비롯한다.
“옛날에는 소품도 사람이 일일이 만들어야 했죠. 하지만 공예도 산업의 일부가 되면서 괜찮은 디자인과 품질을 갖춘 기성품을 요즘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그래서 작가로서 자신만이 지닌 기준이 확고해야 해요. 공장에서 만든 스웨터와 엄마가 떠준 스웨터가 품은 감성은 분명 다르지요. 오래되어 낡더라도 계속 간직하고 싶은 가치를 담아내려고 합니다.”
그렇기에 조하나 작가는 작품을 완성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빈틈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가끔은 미세한 디테일이 작품의 완성도에 크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항상 이만하면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러 차례 모양을 잡아가며 이전에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새로운 단면을 찾아내고, 다른 분야 작가들은 물론이고 소비자들과도 꾸준히 소통하며 이 시대에 적합한 변화를 반영하려 한다. 시작은 작은 장신구였으나 요즘은 커다란 형태에도 관심이 미친다. 하지만 그는 앞날을 명확하게 규정하기보다 마음이 이끄는 대로 다음 발걸음을 내디디려 한다.

EDITOR AE류정미
문화재청
전화 : 1600-0064 (고객지원센터)
주소 : 대전광역시 서구 청사로 189 정부대전청사 1동 8-11층, 2동 14층
홈페이지 : http://www.cha.go.kr
다양하고 유익한 문화재 관련정보
본 칼럼니스트의 최근 글 더보기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