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늘과 내일
세계를 사로잡은 전통과 현대의 조화
'민휘아트주얼리 김민휘, 정재인 작가'

사극부터 현대극까지 한국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드라마 속 소품과 주얼리에 세계인의 관심도 늘고 있다. 2009년 드라마<선덕여왕>을 시작으로 사극 속 장신구를 제작하고 있는 '민휘아트주얼리'는 현대 장르를 넘나들며 한국 전통 장신구의 아름다움을 전파하고 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세계로 통한다'라는 믿음으로 세대와 공간을 아우르며 새로운 전통을 만들고 있는 민휘아트주얼리 김민휘, 정재인 작가를 만났다.
신라시대 유물에서 시작된 두 사람의 꿈
웃는 모습이 꼭 빼닮은 김민휘, 정재인 작가. 모녀 사이인 두 사람의 주얼리 사업은 엄마인 김민휘 작가의 취미활동 에서 시작했다. 기악과를 졸업하고 첼리스트로 활동했던 그녀는 평소 그림과 서예를 즐기며 예술을 곁에 두고 지냈다. 그러던 중 첼로를 배우던 제자로부터 신라시대 유물을 재현한 귀걸이를 선물 받은 뒤 전통 장신구의 아름다움에 매료됐다. 취미로 시작한 주얼리 공부는 대학원 진학과 해외 대회 출전으로 이어졌다. 대학원 졸업 작품으로 준비했던 ‘문희의 꿈(A Dream of Moon-hee)’은 ‘장신구의 오스카’로 불리는 ‘Gold Virtuosi’에서 우승하고 유네스코 최우수 수공예품 인증서를 수상했다.
민휘아트주얼리 김민휘, 정재인 작가

“작품을 만들 때 그에 얽힌 시대와 이야기를 상상하곤 했어요. ‘문희의 꿈’ 역시 신라시대 문희매몽설화(文姬賣夢說 話)에서 영감 받아 ‘꿈꾸는 자가 꿈을 이룰 수 있다’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디자인 외적으로도 고(古)유 물처럼 보일 수 있도록 연구와 실험을 거듭했어요. 특히 금 알갱이를 금속에 붙여서 무늬를 표현하는 신라시대 누금 세공을 활용했는데 그 모습과 스토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 지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 김민휘
청담동에 자신의 이름을 딴 ‘민휘아트주얼리’를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연히 그녀의 작품을 본 방송사 PD로부터 소품 제작을 의뢰받았다. 드라마 <선덕여왕>을 시작으로 <동이>, <해를 품은 달>까지 화제의 드라마 속 장신구를 제작하게 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딸인 정재인 작가는 자신의 전공을 살려 의상 디자인에 전념하고 있었다.
“저는 사실 주얼리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의상을 전공했지만 주얼리는 왠지 사치품처럼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엄마의 활동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많은 영감과 자극을 받을 수 있었어요. 전통 자체를 잇는 것은 아니지만, 그 요소를 활용해 대중에게 아름다움을 알리고, 의상을 완성하는 일이 매력적이었습니다.” - 정재인
고증과 상상력으로 탄생한 드라마 속 장신구들
2013년 <장옥정, 사랑에 살다>부터 함께 활동한 두 사람은 서로의 장점을 시너지 삼아 영역을 점차 확장해 갔다. 정재인 작가가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분석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며 디자인의 영감을 얻는다면, 김민휘 작가는 유물이나 민화 등 전통 예술에서 작품의 모티브를 발견한다. 역사적 사료만으로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생길 때 마침내 두 사람의 상상력과 감성이 십분 발휘된다.
“<별에서 온 그대>를 할 당시, 작품의 중요한 요소로 쓰이는 비녀 제작을 의뢰받았어요. 드라마 팀에서는 깨질 우려가 있다며 플라스틱으로 제작하려 했지만, 작품 내에서 사랑을 상징하는 정표로 등장하기에 정말 잘 만들고 싶었죠. 그래서 진짜 옥색 빛이 도는 수정 원석을 전국에 수소문 해 구했어요. 유물로 남아 있는 수정죽절비녀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드라마 이야기와 어울리도록 상상력을 더해 구현했죠.” - 정재인
左) <달의 연인-보보 경심려>에서 사용된 머리 꽂이 (사진. 민휘아트주얼리)
右) 김민휘 작가가 신라시대 문희매몽 설화에서 영감 받아 제작한 '문화의 꿈' (사진. 민휘아트주얼리)

빠듯한 일정 속에서 장신구를 제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드라마 콘셉트가 바뀌면 소품 역시 교체되기에 다 만든 장신구를 처음부터 다시 만들어야 하는 일도 빈번하다. 최근에도 드라마 <연모>에서 사용된 옥장도가 그 설정이 바뀌며 급하게 나무 소재로 교체되는 일이 있었다. 오래 간직한 느낌을 주기 위해 분주한 가운데 서도 사포로 하나하나 긁어내어 목장도를 마무리했다. 주인공을 화려하게 빛내주고, 작품의 개연성을 완성 시켜주는 장신구는 그 어떤 것도 소홀히 작업할 수 없다.
“새로운 드라마와 일할 때마다 저희가 그동안 만들었던 장신구를 참고하게 돼요. 드라마 방영은 끝나도 우리가 만든 작품은 평생 남는 것이죠. 특히 요즘은 한국 드라마에 해외 팬들의 관심이 더욱 높아지면서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넘어갈 수가 없어요.” - 정재인
左) 김민휘 작가는 "전통을 기반에 둔 다채로운 시도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터전을 마련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右) 정재인 작가의 꿈은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한국의 전통 요소가 세계에 알려지고 더욱 사랑받게 하는 것이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터전을 꿈꾸며
정재인 작가가 합류한 후부터 민휘아트주얼리는 사극뿐 아니라 현대극 속 장신구와 K-POP 가수들의 무대 장신구도 제작하고 있다. 무대가 끝나자마자 유튜브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가고, 잠깐 등장한 드라마 속 장신구를 구하기 위한 해외 팬들의 문의가 날로 늘어나는 것을 보며 한류의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장신구를 제작하는 분야는 다양해졌지만, 두 사람에게 처음 시작처럼 전통을 이어가야 한다는 마음은 여전하다.
左)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사용된 목걸이와 나비 장신구 (사진. 민휘아트주얼리)
右) 김민휘, 정재인 작가의 작품을 착용한 드라마 <연모>속 등장인물 모습(사진. KBS)

“전통이라고 하면 고리타분하다는 편견을 갖기 마련인데, 아름다운 전통 장식과 문양을 현대적인 주얼리에 접목하면 이채로운 디자인이 탄생해요. 취미 삼아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는데 지금은 한국을 대표하는 주얼리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 같은게 생겼어요. 많은 대중과 셀러브리티들이 우리 작품을 사랑해 주신 만큼 전통에 기반을 둔 다채로운 시도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터전을 마련하고 싶어요.” - 김민휘
“자료조사 차 황학동을 종종 찾는데 옛날 150곳이 넘던 자개공방이 지금은 세 곳밖에 남지 않았어요. 인터넷에는 공산품으로 만든 중국산 자개 소품이 싼 가격에 팔리고 있죠.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 문화를 빼앗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한류 문화가 주목받는 만큼 이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엄마가 그간 쌓아온 역사와 경험을 이어가며 한국의 전통 요소가 세계에 알려지고 더 사랑받게 하는 것이 꿈이에요.” - 정재인
정재인 작가는 “언젠가 엄마와 함께한 작품을 모아 한류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라는 꿈을 전했다. 대를 이어 같은 일을 하며 서로의 장점을 시너지 삼는 두 사람처럼 전통과 현대를 접목한 민휘아트주얼리의 아름다운 장신구가 앞으로도 꾸준히 사랑받길 기대해 본다.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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