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문화재사랑
세계문화유산
강력한 왕권으로 세운 동서양의 이상향
'불국사 vs 아헨 대성당'

불국사와 석굴암은 1995년 종묘, 해인사 장경판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고, 아헨 대성당은 1978년 세계유산 등재를 시작한 첫해 폴란드 비엘리츠카 소금광산 등 12곳과 함께 등재되었다. 대한민국과 독일 사적 중 최초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불국사와 아헨 대성당을 찾아가 본다.
불국사 전경. 불국사의 예배 공간인 대웅전과 극락전에 오르는 길에는 청운교와 백운교, 연화교, 칠보교가 있다. 이들 다리는 일반인의 세계와 부처의 세계를 이어주는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유사한 목적으로 건설한 문화유산
불국사와 아헨 대성당은 정치적인 목적에서 출발한 유산이다. 불국사는 삼국을 통일한 신라가 불교를 통하여 민심을 결집시키고 강력한 중앙집권을 추구할 목적으로 건설하였다. 아헨 대성당도 서유럽 대부분을 지배한 샤를마뉴 대제가 기독교를 통하여 여러 민족을 결집시키고 로마교황청에 대항하기 위하여 궁정 예배당이 세워지게 되었다.
불국사는 신라 경덕왕 시대인 751년에 공사를 시작해서 혜공왕 시대인 774년 모습을 드러냈다. 불국사의 주요 유적은 경덕왕 재임기간에 완성되었으며, 일부 유적은 사라지거나 복원되기도 했지만 1,200년 넘게 본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아헨 대성당은 신성로마제국 황제 샤를마뉴 대제에 의하여 세워졌다. 790년 시작된 궁정 예배당은 805년 완성되었다. 오늘날 아헨 대성당은 최초 궁정 예배당하고는 확연히 달랐다. 최초 궁정 예배당은 둥근 지붕과 팔각형 중앙부를 중심으로 완성된 예배당으로 지금보다 작았다.
아헨 대성당 전경. 샤를마뉴 대제가 궁정 예배당으로 건설한 아헨 대성당은 팔각형 바실리카와 둥근 지붕이 특징이다. 지금의 웅장한 규모는 중세에 들어 증축한 것이다.

이상세계를 재현한 불국사와 대성당
불국사와 함께 세계유산에 등재된 석굴암이 부처님의 깨달음을 재현한 유적이라면, 불국사 그 자체는 신라인이 이상으로 생각했던 불교국가를 현실에 건설한 유적이다. 토함산 중턱에 건설한 석굴암은 고대 한반도의 종교, 건축, 기하학, 수리학, 예술이 망라된 걸작으로 꼽힌다. 원형 석실 안에 조성해 놓은 본존불 석가여래불상, 둥근 지붕, 다채로운 조각 등은 불교의 극락세계를 재현해 놓은 공간으로 황홀하게 아름답다. 불국사(佛國寺)는 지명에 모든 의미가 담겨 있다. 불국사는 부처님의 나라를 말한다. 신라인들이 오랫동안 꿈꾸던 부처님의 나라를 현세에 건설해 놓은 곳이다.
아헨 대성당은 독특한 평면구조이다. 직사각형의 일반적인 성당과 다르게 직사각형과 팔각형 그리고 일곱 개의 부속 예배당을 갖추고 있다. 아헨 대성당의 중심은 내진이 아니다. 입구를 지나 마주하는 팔각 중앙공간이 중심이다. 예배당의 중심을 직선이 아닌 팔각형으로 조성한 이유는 중세 서양에서 8이란 숫자가 조화와 완벽을 상징했기 때문이다.
샤를마뉴 대제는 궁정 예배당 건설에 숫자를 활용하여 8개 대리석 기둥, 8개 아치, 16각형 둥근 천장 등으로 완성했다. 예배당 중심을 팔각으로 조성한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바로 요한묵시록 21장에 수록된 천상의 예루살렘을 재현하기 위함이었다. 아헨 대성당도 불국사처럼 기독교의 이상적인 천국을 완성해 놓은 것이다.
(左) 국보 제24호 경주 석굴암 석굴(ⓒ국립문화재연구소) (右) 아헨 대성당 내부 천장화(ⓒ셔터스톡)

뛰어난 예술성과 진귀한 보물
불국사는 석재와 목재를 활용한 유적이다. 현실 세계에 해당하는 하단 부분은 화강암을 이용하여 청운교, 백운교, 연화교, 칠보교를 완성해 놓았다. 이 다리를 건너면 낙원에 해당하는 경내와 마주하게 된다. 대웅전, 비로전, 극락전을 중심으로 부속건물과 석탑으로 이루어진 경내는 장인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불국사는 국보와 보물 등 진귀한 유물이 많다. 대표적인 유물로는 751년경 간행된 것으로 알려진 세계 최고(最古)의 목판 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無垢淨光大陀羅尼經)』이 있다.
불국사와 함께 세계유산인 석굴암은 통일신라 건축, 수리, 기하학, 종교, 예술이 결합해 완성한 최고의 걸작으로 꼽힌다. 석굴암 주실 중앙에는 연꽃이 새겨진 3.45m 좌대에 앉아 있는 본존불 석가여래좌상이 안치되어 있다. 섬세한 터치와 입체감이 돋보이는 본존불은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준다. 본존불 아래 장식한 금강역사상, 보살상, 나한상, 사천왕상 등도 살아 움직이는 것 같다.
화려한 모자이크로 장식된 16각형 지붕, 청동과 대리석을 이용해 완성한 아헨 대성당도 최고 종교건축물로 손색이 없다. 아헨 대성당에도 자랑거리가 즐비하다. 그중 으뜸은 보물실에 보관된 다양한 유물이다. 샤를마뉴 대제의 성유물 상자와 로타의 십자가, 샤를마뉴 대제 흉상, 프리드리히 바르바로사 황제의 샹들리에 등이 있다. 특히 샤를마뉴 대제 유골을 담은 성유물 상자와 왕관을 착용한 대제의 흉상은 화려함과 예술성에서 타의 추정을 불허한다.
상반된 자연환경과 건축 과정
불국사는 남산과 들판이 시선에 잡히는 토함산 중턱에 세워졌다. 아헨 대성당은 평탄한 평지에 건설되어 있다. 두 세계유산은 건축 과정과 복원 과정이 사뭇 다르다. 불국사와 석굴암은 주요 석굴, 건축물과 석탑, 유물 중 일부 새롭게 복원한 것도 있지만 대부분 최초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반면에 아헨 대성당은 오랜 세월에 걸쳐 증축을 거듭한 끝에 현재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아헨 대성당의 예배당 확장은 1165년 샤를마뉴 대제가 성인으로 추대되면서 시작되었다. 샤를마뉴 대제가 성인의 반열에 오르자 프리드리히 1세는 그를 신성로마제국의 수호성인으로 선포했고 각지에서 순례자가 모이면서 서쪽 첨탑 등 여러 부속건물을 건설하였다.
불국사는 1592년 일본군에 의하여 목조건물이 잿더미로 사라졌지만 석단, 석교, 석탑, 석등, 석재 유물과 청동 불상 등은 온전히 보존되었다. 이후 불국사는 오랫동안 방치된 상태로 보존되다 1969년부터 1973년까지 복원작업을 거쳤고 석가탑과 다보탑 등을 보수하였다. 아헨 대성당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연합군 폭격으로 많은 부분이 파괴되었지만 철저한 고증을 걸쳐 복원해 놓은 상태다.
불국사와 아헨 대성당은 사용 목적에서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불국사는 건설목적과 다르게 후대로 오면서 순수 종교시설로 활용되었다. 이에 비해 아헨 대성당은 963년부터 1531년까지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대관식을 거행했던 주요 정치공간으로 활용되었다. 동서양을 대표하는 불교와 기독교 유적인 불국사와 아헨 대성당은 이처럼 탄생 목적과 건설한 시기, 예술성, 양국 최초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등의 이유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엿볼 수 있다.

EDITOR AE안은하
문화재청
전화 : 1600-0064 (고객지원센터)
주소 : 대전광역시 서구 청사로 189 정부대전청사 1동 8-11층, 2동 14층
홈페이지 : http://www.cha.go.kr
다양하고 유익한 문화재 관련정보
본 칼럼니스트의 최근 글 더보기
해당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