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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킹덤> 속 기묘하게 아름다운 조선
'창덕궁, 문경새재, 비둘기낭 폭포'

올해 1월 넷플릭스를 통해 첫선을 보인 드라마 <킹덤>은 여러모로 화제작이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좀비가 등장하는 미스터리 스릴러가 전 세계에 스트리밍된다는 것만으로 흥미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병든 왕을 둘러싸고 흉흉한 소문이 도는 조선, 백성들은 배고픔과 가난에 신음한다. 아버지 병의 원인을 파헤치기 위해 잠행에 나선 세자는 죽었지만 죽지 않은 시체들을 마주하게 되고, 이들과 맞서 싸우 게 된다. 끔찍한 모습을 한 좀비들이 등장하지만, <킹덤>의 가장 큰 매력은 여느 사극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세트를 벗어난 진짜 조선시대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촬영 허가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창덕궁의 관람정과 인정전을 비롯해 문경새재, 그리고 비둘기낭 폭포까지. <킹덤>은 기괴한 좀비 떼보다 더 눈길이 가는 기묘하게 아름다운 조선의 풍경을 정성껏 담아내고 있다.
<킹덤>에서 의금부로 나오는 건물은 경복궁 강녕전을 재현한 세트장에서 촬영했다.(화면 캡처 사진)

비밀스러운 아름다움 , 창덕궁
<킹덤>은 왕위를 둘러싼 세자와 중전의 권력 암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자연스럽게 왕이 머무는 궁궐이 등장하는데 모두의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아름답게 화면에 담긴다. 그동안 수많은 사극 영화와 드라마에서 궁궐을 조명했지만, <킹덤>에선 특히나 더 정성스러운 로케이션이 눈에 띈다.
아주 이례적으로 창덕궁의 곳곳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던 것이 <킹덤>의 매력 중 하나. 경희궁, 창경궁에 이어 창덕궁까지 볼 수 있어 조선시대의 건축물이 지닌 멋스러움을 감상할 수 있다. 창덕궁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조선시대 궁궐이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대한민국 사적 제122호의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조선시대 궁궐의 전형을 보여주는 동시에 후원의 조경은 왕실 정원으로 가치가 높다. 나라에 전쟁이나 큰 재난이 일어나 공식 궁궐을 사용하지 못할 때를 대비하여 지은 궁궐, 즉 이궁 으로 지어졌다. 조선의 왕들 중에는 정궁인 경복궁보다 이궁인 창덕궁을 더 좋아한 왕이 많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조선 왕조의 중심지가 된 이곳은 자연 지형에 맞게 배치돼 숲과 나무, 연못, 정자, 화단 등이 조화를 이루는 후원에서 아름다움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
왕자의 난을 겪어야 했던 조선 초기, 1404년 10월에 공사를 시작해 불과 1년 뒤인 1405년 10월에 완공했다. 궁궐을 구성하는 건물과 정원은 물론이고 작은 돌과 나무 한 그루까지도 원래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 북한산과 매봉산으로 이어진 산줄기가 창덕궁과 연결된 것만 봐도 이곳이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창덕궁은 크게 외전과 내전으로 구성된다. 궁궐에서 왕과 신하들이 공식적인 업무를 처리하던 곳을 외전, 왕과 왕족들이 살았던 개인적인 공간을 내전이라 칭한다. 외전은 현존하는 궁궐 출입문 가운데 가장 크고 오래된 문인 돈화문에서부터 시작한다. 금천교라는 돌다리를 건너면 진선문이 나온다.
(左) <킹덤> 포스터 (右)창덕궁을 상징하는 건물인 인정전으로 가는 길에 놓여 있는 금천교

다시 진선문을 통과하면 인정전의 정문인 인정문을 볼 수있다. 인정전은 창덕궁을 상징하는 건물이다. 왕의 즉위식이 열리고, 외국 사신을 맞이하는 등 나라의 공식 행사가 열렸던 장소로 사극에서 꽤나 자주 볼 수 있던 공간이다. <킹덤>에서는 권력을 탐하는 중전이 나이 어린 태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대리 정치를 하겠다는 ‘수렴청정(垂簾聽政)’을 선포하는 장면의 배경으로 등장한다. 기존의 사극 속 인정전이 대부분 세트장을 활용했던 것에 비해 <킹덤>에선 이례적으로 직접 인정전 안에 들어가 촬영을 했다.
인정전은 태종 때 처음 지어진 뒤 임진왜란과 화재로 세 번이나 잿더미가 되었다. <킹덤>을 통해 오늘날 볼 수 있는 인정전은 1804년에 지어진 네 번째 건축물이라고. 경치가 빼어나기로 유명한 창덕궁 후원의 관람정이라는 정자 역시 색다른 모습으로 비쳐지는데, 좀비에게 죽음을 당한 시체들이 쌓여 있는 연못이 바로 그것이다. 관람정은 관람지 동쪽 언덕과 못 속에 걸쳐 세운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부채꼴 모양의 정자다. 총 6개의 기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4개 의 기둥은 물속에, 2개의 기둥은 언덕에 있다. 이 역시 자연의 지형을 그대로 활용해 연못과 수풀이 그림 같은 조화를 이룬다. 이토록 아름다운 공간에 좀비에게 희생당한 시체가 있다는 설정 자체가 <킹덤>의 재미 요소다. 이처럼 창덕궁은 극 중 알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궁궐의 분위기와 맞물려 기묘한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신비로운 아름다움, 비둘기낭 폭포
알 수 없는 증상으로 괴물이 된 사람들, 살아 있는 것도 죽어 있는 것도 아닌 이상하고 끔찍한 사건의 발단은 ‘생사초’였다. 죽은 사람도 살린다는 전설의 약초가 자란다는 ‘엉골’을 찾아 떠난 의녀 서비. 늘 겨울처럼 차갑게 얼어붙어 있어서 ‘엉골’이라 이름 붙은 동굴에서 약초를 캐는 바로 이 장면에 비둘기낭 폭포가 등장한다. 포천에 있는 비둘기낭 폭포는 한탄강 용암대지가 유수의 침식을 받아 여러 새로운 지형으로 변화하면서 형성됐다. 주변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주상절리가 길고 깊은 계곡을 이룬다. 폭포와 주상절리 협곡은 그 자체로신비롭고 아름다워 드라마와 영화 속 촬영지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한탄강 팔경 중 제6경인 비둘기낭 폭포는 현무암 협곡, 주상절리, 판상절리, 해식동굴 등 화산활동과 관련된 다양한 지질 구조를 관찰할 수 있어 천연기념물 제537호로 지정됐다. 대한민국의 살아 있는 지질 박물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절벽으로 둘러싸인 폭포 주변에는 담쟁이덩굴, 돌단풍, 느릅나무 등을 비롯해 삼지구엽초, 이끼 등이 자라고 있다. 신비로운 기운이 가득한 비둘기낭 폭포는 극 중 엄청난 사건의 발단이 되는 ‘생사초’가 있다고 해도 믿음이 갈 정도다.
01. <킹덤>은 조선시대의 권력 다툼과 역병을 좀비로 표현한 미스터리 스릴러이다 (화면 캡처 사진)
02. 한탄강 용암대지가 유수의 침식을 받아 여러 새로운 지형으로 변화하면서 형성된 비들기낭 폭포. 주변에 화산이 폭발하면서 생긴 주상절리가 길고 깊은 계곡을 이룬다.
03. <킹덤> 극 후반부에 좀비 떼를 피해 문경새재를 봉쇄하는 장면을 실제 문경새재에서 촬영했다.

난공불락의 아름다움, 문경새재
<킹덤> 극 후반부에 좀비 떼를 피해 문경새재를 봉쇄하는 장면에 실제 문경새재 1관문과 2관문이 등장한다. 문경새재는 새도 날아서 넘기 힘든 고개라는 뜻으로, 경상도를 넘어 한양으로 향하는 핵심 길목에 문경새재 관문들이 자리한다. 1966년 문경관문이 사적 제147호로 지정된 뒤, 1974년에는 주흘산과 조령관문 일원이 경상북도지방기념물 18호로 지정됐다. 1979년 경상북도 제1호 국민관광지, 1982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각 각 지정되어 역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근방에는 드라마 촬영 세트장을 비롯해 민속박물관 등이 있어 사극 속 체험을 원하는 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한복을 입고 갓을 쓴 좀비들이 등장하는 재미있는 설정의 드라마 <킹덤>에서는 조선시대 건축물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눈에 볼 수 있어 더욱 흥미롭다. 권력에 배가 고픈 조정의 세력들도, 가난에 시달려 늘 허기진 백성들도, 또 살아 있는 시체가 되어 먹잇감을 찾아다니는 좀비들도 모두 그림처럼 아름다운 조선을 배경으로 쫓고 쫓긴다. 한복과 갓이 낯선 해외 시청자들은 물론 이고 이미 사극에 익숙한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새로운 감상을 자아낼 만큼 조선의 기묘한 아름다움을 기가 막히게 포착한 작품이다. 시즌 1의 뜨거운 호평에 힘입어 시즌 2에서도 조선을 배경으로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킹덤>은 사극 팬들마저 반하게 한 멋진 로케이션이 빛을 발하는 작품이다.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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