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DMZ가 숨겨둔 보물
세상에 하나뿐인 용양보
'꽃강이라는 뜻의 화강'

DMZ가 꼭꼭 숨겨놓은 보물 용양보!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용양리에 소재하며 남한에서 최북단에 위치한 보(洑)이다. 보는 필요한 수량을 확보하기 위해 하천의 일부 또는 전부를 가로막아 수위를 높인 인공 늪이다.
용양보는 김화읍 일대 화강을 따라 형성된 용양리 주위 농지에 물을 대기 위해 만들어 졌다. 화강은 북한 강원도 김화군 금성면 어천리에 있는 수리봉(642m)에서 발원해 DMZ를 거쳐 철원군 일대를 흘러 한탄강으로 흘러드는 하천이다. 총길이 43.6㎞로 남한 쪽 길이는 23.5㎞이다. 용양리는 천불산과 계웅산 사이를 흐르는 화강을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된 운장분지로 김화읍 농업생산의 핵심 지역이다.
‘꽃강’이라는 뜻의 화강(花江). 옛 신라시대부터 주변경관이 수려하고 꽃이 많이 핀다고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화강 주변에는 버드나무와 아카시아나무가 우거져 있고 각종 야생화가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울창하게 우거진 갈대숲은 각종 여름철새들의 보금자리가 됐다.
01. 66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볼수 없는 독특한 풍광을 보여주는 용양보
02. 용양보는 강원도 철원군 김화읍 용양리에 소재하며 남한에서 최북단에 위치한 보(洑)이다

비밀의 정원이었던 용양보
철원군 문화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용양보 탐방에 나섰다. 용양보는 일제강점기에 만든 금강산전기철도 교각을 이용해 건설됐다. 일제강점기 시절 학교를 다녔던 장인은 이 철길을 통해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용양보는 66년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풍광을 보여줬다. 보에서 50여m 떨어진 상류에 무너진 출렁다리가 보이고 가마우지들이 나란히 앉아 몸을 말리고 있었다. 이 출렁다리는 수복 직후 DMZ 경계 근무를 섰던 병사들이 오가던 다리였는데 오래돼 녹슬어 낡아 떨어져 나가고 지지대만 남아 있다.
군 관계자의 안내를 받아 통문을 통과해 철책선까지 가니 총 든 군인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무장공비 침투를 막기 위해 철저하게 막은 철조망 사이로 북한 김화군에서 흘러온 물이 남쪽으로 시원하게 흐른다. 수량이 많았지만 전날 내린 비가 오락가락한 때문인지 수중보를 넘지 않은 깨끗한 물이 남쪽으로 쌩쌩 흘렀다. 군사지역에서는 낚시를 금지하지만 비가 오면 군인들이 수중보 위에서 뜰채를 가지고 서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이유는 북에서 떠내려 오는 목함지뢰를 건지기 위해서란다. 화강 상류에는 산림과 초지가 무성하게 발달해 습지조류, 산림조류, 희귀조류 등 다양하게 관찰된다. 딱새류 등 소형 산림조류는 휴전선 부근 습지나 높은 산 어디서나 관찰된다. 그 외 멧새류, 되새류, 뻐꾸기류, 백로류 등도 발견된다. 인적이 전혀 없는 화강 상류 용양리 벌판은 천연기념물 제202호인 두루미의 단골 쉼터이다. 화강에 서식하는 어류로는 버들치, 피라미, 갈겨니, 모래무지, 어름치, 쉬리, 부어 누치, 참마자, 잉어, 줄납자루, 묵납자루, 돌마자, 빠가사리, 미꾸리, 동자개, 메기, 쏘가리, 뱀장어 등 49종에 달한다. 이 중 한국 특산어종은 어름치, 쉬리, 줄납자루, 묵납자루, 돌마자, 빠가사리, 참종개, 꺽지 등 16종이다. 용양보 안에 수초가 우거진 섬은 태초의 원시림 그대로이다. 하늘을 보니 잠자리와 새들이 북쪽으로 날아간다. 나비와 새들은 북쪽으로 날아가는데, 더 이상 갈 수 없다. 착잡한 마음으로 용양보 100여m 아래에 있는 수침교를 건너는 데 일행 중 한 분이 “물이 너무 맑고 깨끗해서 어릴 적 개울가에서 물장구치고 놀던 생각이 난다”고 말하며 물장난을 했다. 그녀를 본 순간 문득 학생들을 인솔하고 금강산으로 수학여행 갔다 오던 중 북측출입국관리소에 한 시간 정도 억류됐던 아픈 기억이 떠올랐다. 필자가 학생들을 인솔하고 금강산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시기는 금강산에서 피살된 고 박왕자 씨 사건이 일어나기 1년 전의 일이다. 학생들과 함께 3박4일간 금강산 구경을 마친 일행은 북측출입국관리소에서 통관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필자의 출입증을 검사하던 군인이 “선생 동무는 남아 있으라요”라고 말했다. 북측 군인과 필자의 대화다.
01. 보에서 50여m 떨어진 상류에 놓여 있는 출렁다리는 수복 직후 DMZ 경계근무를 섰던 병사들이 오가던 다리였는데 오래돼 녹슬어 낡아 떨어져
나가고 지지대만 남아 있다.
02. 버드나무와 아카시아나무가 우거져 있는 화강 풍경
03. 화강 상류 용양리 벌판은 천연기념물 제202호인 두루미의 단골쉼터이다.

“아니! 왜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요?”
“신성한 공화국 서류를 더럽혔잖아요. 보시라요. 입국증에 물이 묻어 있잖아요.”
“아! 그래요? 어제 금강산물이 너무 맑고 좋아 세수하면서 몇 방울 들어간 것 같은데. 뭘 그걸 가지고 그래요.”
“잔말 말라요.”

방문증에 물이 들어간 경위를 생각해보니 동료 교사가 내게 “금강산까지 왔으니 물에 손이나 담그고 갑시다”라고 제안했고, 그와 함께 징검다리에 앉아 세수하면서 물이 몇 방울 들어간 게 분명했다. 화가 났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어 기다리고 있는데 여학생 한 명이 보초선 군인을 보고 웃었다는 이유로 끌려와 내 옆에 섰다. 때마침 가이드가 찾아와 북측 군인에게 사정하며 1인당 10달러씩 총 20달러를 건넸고, 우리는 풀려났다. 용양보 아래 둑길을 내려오던 일행은 징검다리를 건너다 물속에 발을 담갔다. 문득 이 징검다리에 남한과 북한 주민이 나란히 앉아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과 평화,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 개발과 보존의 가치를 종합적으로 함축한 용양보
한국전쟁이 끝난 지 66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반면, 북한은 냉전의 마지막 잔재 국가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 동시에 남북한은 엄청난 환경문제에 직면해 있다. 양측이 각자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달려가는 동안 한반도의 생물다양성 손실과 환경파괴는 심각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와중에 한민족을 갈라놓은 비무장지대까지 생겼다.
66년 동안 인간의 발길이 끊긴 DMZ 생태계는 기나긴 단절의 역사 속에 새로운 생명을 태동시켰고 야생에 가까운 생태계를 회복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인 가치와 의미를 지닌다. 2004년 서울에서 개최되었던 비무장지대 포럼 결과 발표한 ‘2004 DMZ 선언문’에는 한반도의 비무장지대를 ‘세계적인 희귀 동식물과 철새들의 안식처이자 세계 각국 과학자들이 천혜의 자연복원력을 연구할 수 있는 훌륭한 실험실’이라고 천명했다. 특히, 생물다양성을 간직한 용양보는 다른 지역에서는 이미 멸종된 생물의 서식지를 제공하고 있다.



‘인간애(biophilia)’를 주장한 윌슨(Wilson) 교수는 “인간은 생물학적 종의 하나로 자연과 연계되어 있으며 다른 유기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DMZ는 한국전 당시 평화와 안보를 위해 목숨을 바친 한국인과 전 세계에서 온 병사를 포함한 수많은 목숨이 사라진 비극의 현장이자 세계 유일의 분단 현장이다. 유네스코가 정한 ‘유산(heritage)’의 정의는 ‘과거로부터 물려받은 것으로서, 현재 우리가 더불어 살아가고 미래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다. 유네스코가 정한 ‘유산’의 범위는 세계적으로 탁월하며 보편적 가치를 지닌 유산을 말한다. 용양보는 남북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 젊은이들이 참전해 파괴했던 자연이 회복된 본보기가 된 소중한 장소이다. 용양보는 세계인이 모여 전쟁과 평화, 삶과 죽음, 과거와 미래, 개발과 보전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는 상징적 장소이다. 세계자연유산에 등재하자!

EDITOR AE류정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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