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잇다,놀다
옻칠의 대중화를 꿈꿉니다
'칠장 이수자 안소라'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실용미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옻칠이 각광받고 있다. 환경과 안전, 미학적인 아름다움까지 세 마리 토끼를 잡아 낸 옻칠은 지금 국가무형문화재 칠장 이수자인 안소라 작가의 활약으로 모던하고 실용적인 생활공예로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중이다.

칠장 이수자 안소라



옻칠과 맺은 인연
안소라 이수자를 만나면 일단 깜짝 놀라게 된다. 무형무화재 이수자라는 지칭이 주는 묵직한 느낌에서 한참 벗어난 앳된 모습 때문이다. “하하.(웃음) 옻칠 공예품을 판매할 때 제가 작가라고 해도 믿지 않으신 분이 많았어요. 제가 만들었다 해도 자꾸 주인을 불러오라고 하셨죠.” 이런 인사가 익숙한 듯 그가 파안대소 한다. 안소라 이수자는 원래 미대 지망생이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던 어느 날 우연히 학과 소개 팸플릿을 보게 된 그는 거기서 문화재보존학과를 처음 알게 되었고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던 그는 정말 ‘순수’한 학구적 이유로 문화재보존학과에 입학했다. “처음에는 재미있었어요. 하지만 점점 저와는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지금 무형문화재 이수를 하고 있는데 학교에서는 유형문화재를 다뤘거든요. 이 두 가지는 완전히 다른 분야예요.” 복잡한 심경 속에서 3학년이 된 안소라 이수자에게 진로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왔다.
“지도교수님께서는 당시 소반장을 공부하던 제게 옻칠을 추천해 주셨어요. 그렇게 저는 3학년 때부터 정수화 칠장님의 제자가 되어 옻칠은 물론이고 나전까지 배우게 됐습니다.” 그게 12년 전 일이었다. 사실 안소라 이수자가 처음 옻칠을 배울 때만 해도 분위기는 지금과 사뭇 달랐다고 한다. 제대로 된 정보도 없었고 대중에게도 잘 알려지지도 않았던 것. 오히려 전승취약종목이라고 해서 전수장학생을 길렀던 분야였다니 당시 안소라 이수자는 꽤 용감한 선택을 한 셈이었다.





나만의 옻칠을 구현하다
안소라 이수자에게 옻칠은 할수록 매력 있는 분야였다.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는 학문이라는 것도 느꼈고 도전의식도 생겼다. “옻칠은 특유의 질감이 있어요. 보통 옻칠 하면 주로 검은색 칠 옻칠의 색으로 많이들 알고 계시는데 그 안에서도 굉장히 섬세하게 다양한 질감과 색을 낼 수 있거든요. 내가 원하는 질감, 내가 원하는 광택이 나게끔 정제하는 게 옻칠의 기술인데 제가 생각한 대로 ‘커스텀’할 수 있는 게 옻칠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유광, 무광, 반광으로 분류되는데 그 안에서 제가 원하는 대로 조합해서 원하는 질감을 정확히 구현하는 거지요.”
안소라 이수자는 “옻칠이 공예품을 만드는 과정에 들어가는 단계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옻칠은 그 자체로도 예술이고 핵심”이라며 옻칠이 얼마나 크고 깊고 넓은 세상인지를 힘주어 설명했다. 말이 나온 김에 옻칠 공예품이 나오기까지 어떤 단계를 거치는지 물었다. “먼저 하얀 백골 상태의 나무를 준비합니다. 면을 고르게 잡아주는 작업을 2~3주 한 뒤에 진한 옻 진액을 희석제와 섞어 칠 준비를 합니다. 처음에는 묽게 희석한 생칠을 두어번 전체적으로 칠해 전체적으로 한 번 코팅합니다. 그 다음에 초칠 3~4번, 중칠 3~4번, 상칠 1~2번 해요. 작업을 하기 전마다 사포로 계속 문질러 줘야 하고요.
무엇보다 저는 작품을 만들기에 앞서 어떤 식으로 설계할지 오랜 시간 구상하는데, 그게 제게는 가장 중요한 작업입니다. 물론 말리는 과정도 매우 까다롭고 힘들어요. 온도, 습도 전부 신경 써야 하니까요.”작품이 나오기까지 적게는 한 달, 작품 크기가 크거나 작업이 섬세할 때는 꼬박 석 달 정도 걸린다니 그 공과 정성은 필설로 형언하기가 어려울 지경이다.

左.무형유산 창의공방_소목장_김동규_기다림의 격 右. [Shovel], 이정형 작가와 협업, 2023 제작



우리 옻칠,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기를
이수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채 ‘멋질연구소’을 창업한 안소라 이수자는 전통에 충실한 옻칠 기술에 현대적인 감성과 쓰임새를 입힌 다양한 작품을 만들고 있다. 대표작으로 꼽는 것이 바로 2022 공예트렌드페어에서 대상을 수상한 옻칠 기타이다. 전통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고스란히 보여준 옻칠 기타는 안소라 이수자가 지향하는 것을 가장 정확히 보여주는 상징성을 띠고 있는 작품이다.
“제 작품은 전통 옻칠 기술이 항상 베이스가 됩니다. 제 작업이 특이한 것이지 방법은 전혀 특이하지 않아요. 기술을 어떻게 보여줘야 대중이 조금 쉽고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 늘 고민할 뿐이죠. 예전에 우리 조상들이 썼던 전통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현재를 사는 우리 생활에 녹아들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저는 늘 세상에 전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안소라 이수자에게 문화재청 국립무형유산원 같은 기관의 지원사업, 공모사업은 굉장히 중요하다.“2018년도에 이수자가 되고 2019년도에 다양한 사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자본과 공간이 부족했던 제게 국립무형유산원의 공예활용연구과정, 예술가 입주프로그램이었던 창의공방, 디자인협업 등은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이 같은 공모사업의 참여는 그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주었다. 첫째, 지원을 통해 전통적인 작업을 대중에게 쉽게 선보이는 계기를 마련했고, 두 번째로는 재정 지원으로 좀 더 창의적인 작품 활동에 오롯이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창의공방 입주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는 6개월 정도 예술가들과 함께 지냈어요. 나이도, 종목도 전부 달랐지만,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협업으로 작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지요. 거기서 김동규 소목장 선생님이 굉장히 큰 테이블과 의자를 만드셨고 저는 거기에 옻칠을 했는데 그렇게 큰 작업은 처음이었어요. 일단 그렇게 큰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그동안 제겐 없었으니까요.”
옻칠의 대중화를 위해
옻칠은 아름답고 실용적이다. 어느 순간부터 옻칠 그릇이나 젓가락, 숟가락은 자연스럽게 주방 소품으로 우리 식탁에 자리를 잡았고 그 기능과 효용성에 반한 사람도 많다. 그러나 안소라 이수자는 아직 대중화에서만큼은 갈 길이 멀다고 한다. 옻칠한 제품은 제대로 관리만 한다면 대를 이어 쓸 수 있을 만큼 영구적이고 온도, 습도에 강할뿐더러 친환경으로도 손색이 없는데 그 가치를 여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옻칠 관련 정보를 많은 분이 보다 정확히 알아주셨으면 해요. 잘못된 정보와 오해를 바로잡아 제대로 전달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는 생각을 해요.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옻칠과 자개가 적절히 섞인 모던한 가구를 만들어 옻칠 공예품이 더 많은 영역으로 확장되길 바랍니다. 우리 옻칠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부탁드립니다.”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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