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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의 날 유네스코에서 선보인 「직지」와 한지
'「직지와 한지: 한국의 인쇄 및 종이 유산」 특별전'

1377년 청주 흥덕사에서 간행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은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 인쇄본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인쇄기술의 획기적 변화로 인류 문명사에 기여한 측면이 인정되어 2001년 9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emory of the World)으로 등재됐다. 기록의 가치를 다시 공인받은 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지난 9월 4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2023년 문화재청 세계기록유산 홍보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충청북도 청주시와 주유네스코 대한민국 대표부가 공동 주관한 「직지와 한지: 한국의 인쇄 및 종이 유산」 특별전으로 우리나라에서 발달한 인쇄문화를 보여주며 큰 호응을 얻었다.

프랑스국립도서관 특별전에서 직지 원본을 관람하는 이범석 청주시장 ©청주시 청주고인쇄박물관


전 세계인을 매료시킨 『직지』와 한지의 아름다움
9월 4일부터 14일까지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개최된 「직지와 한지: 한국의 인쇄 및 종이 유산」 특별전에서는 과학분석 결과를 토대로 정교하게 제작한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하 ‘직지’)』 복본 2종(현재 상태 복제본, 발간 당시 최초 상태 추정 복제본)과 복본을 제작하는 데 사용한 한지 그리고 한지의 물성을 드러내는 한국 현대 작가들의 다양한 한지 예술품이 소개됐다. 프랑스 현지인과 각국 유네스코 대표부 관계자는 형형색색의 한지를 직접 만져보며 『직지』와 한지의 우수성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해외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다채로운 한지 공예품을 관람하며 한지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에 감탄했다. 활자 조판을 형상화한 전시 공간 구성과 전시 포스터 등 기획 의도에 대한 전시 기획자의 자세한 설명을 들음으로써 전시 전반의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또한 한지 원료인 닥나무를 채취해 한지를 제작하는 과정과 직지의 과학분석과 관련된 활동 등을 포함한 『직지』 복본 제작 영상은 많은 관람객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左.축사를 하는 타우픽 젤라시 유네스코 사무총장보 ©청주시 청주고인쇄박물관 右.『직지』 복본을 관람하는 관람객 ©청주시 청주고인쇄박물관


수백 년의 시간을 견디게 해 준 한지
『직지』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날인 ‘직지의 날’에 개최된 행사 개막식에는 200명 이상의 유네스코 사무국 주요 인사, 각국 유네스코 대사와 대표단, 국내외 문화예술계 인사 등이 참석했다. 그 중 20명 이상이 각국 대표부 대사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높아진 위상을 다시 한번 엿볼 수 있었다. 특히 타우픽 젤라시 유네스코 사무총장보는 청주시의 『직지』 복본화 사업을 기록유산 보존을 위해 첨단기술을 활용한 우수 사례로 소개하며 청주시가 세계기록유산 보존 분야에서 유네스코의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행사에서는 『직지』를 중심으로 청주시립무용단의 축하공연과 청주 지역의 전통주를 소개하는 등 국제무대에서 청주시의 문화예술을 함께 선보이는 자리가 마련됐다.
『직지』의 탄생지 흥덕사 터에 자리 잡은 청주시 청주고인쇄박물관은 2021년부터 프랑스 관계기관과 협약 체결을 통해 유일본 『직지』 하권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공동 과학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의 『직지』 관련 연구는 금속활자의 특징에 주목한 서지학적인 연구가 주를 이루었지만 ‘직지 과학분석’은 종이와 먹 분석 등 『직지』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밝히고자 시작되었다. 그리고 1차 연구를 통해 『직지』를 인쇄한 종이는 한국에서 자생한 닥나무로 만든 한지가 분명함을 밝혀냈다. 지난 4월 반세기 만에 『직지』를 대중에게 공개했던 프랑스 국립도서관의 전시에서 보여주었듯이 『직지』는 600년이 넘은 책이라고 하기엔 보존 상태가 매우 양호하다.
이번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직지와 한지: 한국의 인쇄 및 종이 유산」 특별전은 인류문명을 한 단계 도약하게 만든 금속활자 인쇄술이라는 인류의 유산을 증명한 세계기록유산 『직지』가 한지라는 종이를 통해 수백 년의 시간을 견디고 지금까지 보존된 점에 주목하고, 『직지』가 인쇄된 종이인 한지도 함께 조명했다. 우리나라는 『직지』를 비롯해 인류 역사상 가치 있는 기록유산을 18점이나 보유하고 있는데 그 중 제작된지 수백 년이 지난 기록유산은 한지가 주재료이다. 질기고 견고한 한지의 내구성은 수많은 기록이 오늘날까지 보존될 수 있게 해 주었다. 현재 전통 한지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문화유산 복원과 미술 재료로서 적합한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左,中.직지 복본과 다양한 한지 ©청주시 청주고인쇄박물관 右.전시실 전경 ©청주시 청주고인쇄박물관


인류의 기록유산 『직지』의 가치를 알리는 끊임없는 도전
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기록유산의 강국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 『직지』는 한국의 발달한 인쇄문화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산이다. 『직지』는 백운 화상이라는 승려가 선의 요체를 깨닫는 데 필요한 내용을 뽑아 정리한 책으로 상·하권 총 2권으로 인쇄되었는데 아쉽게도 하권만 현재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 소장기관의 협조 없이 활용이 불가능한 국외 소재 문화유산이지만, 『직지』의 탄생지 청주시에서는 『직지』의 가치를 국내외적으로 알리고자 소장기관과 신뢰 관계를 구축해 다양한 협력과 홍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과거 문화재청의 ‘문화유산관광자원개발사업’과 현재 진행 중인 ‘세계기록유산 홍보지원사업’을 통해 다국어 『직지』 공식 누리집 직지 글로벌 웹사이트, 직지 과학분석 연구, 직지 복본화 사업, 어린이 만화책 《직지의 대모험》 발간 및 배포, 어린이를 위한 『직지』 주제 애니메이션 <나리와 도치의 시간여행> 등의 사업을 완료했다. 또한 문화재청의 지원을 받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직지』 금속활자 복원사업을 통해 『직지』 상·하권 총 78개의 인판을 성공적으로 복원하는 성과를 거뒀다.
기록유산 분야의 기여도 괄목할 만하다. 2001년 『직지』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것을 계기로 청주시는 국가를 대표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4년 기록유산 분야의 유일한 유네스코상인 유네스코 <직지상>이 제정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격년으로 청주시에서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다. 또한 지난 11월 정식 개관한 기록유산 분야 최초의 유네스코 카테고리2 센터인 국제기록유산센터를 유치해 기록유산 보존과 활용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유네스코가 인정한 성과다.
프랑스 현지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직지와 한지: 한국의 인쇄 및 종이 유산」 특별전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성사하기 어려운 행사였지만 『직지』를 보존하고 세계에 알려는 청주시의 지속적인 노력과 한지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하는 주유네스코 대한민국대표부의 노력으로 유네스코 본부에서 이례적으로 직지가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직지의 날에 개막해 더욱 의미가 컸다. 이러한 수많은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직지』를 한국에서 만날 그 날을 기대해본다.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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