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명사와 국가유산
자연유산을 잘 보전하는 것이 곧 지구를 살리는 일입니다!
'국내 최대 생태 전문 기관 국립생태원'

국립생태원 조도순 원장 푸른식물, 흙냄새를 유달리 좋아하던 아이는 자라 식물학을 전공했다. 긴 시간 식물학, 식물생태학을 공부한 청년은 박사학위를 받았고, 나아가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며 생태전문가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한국생태학회 회장과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국제자문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인생이 자연과 생태로 점철되는 이, 바로 국립생태원 조도순 원장이다. ‘자연유산을 잘 보전하는 일이 곧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것이며 지구를 살리는 길’이라고 말하는 조도순 원장을 만났다.

이제는 사람 중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동물은 물론이고 생태계 또한 존중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자연생태계에서 지구 살리는 답을 찾아
조도순 원장이 국립생태원 원장으로 부임한 것은 2021년의 일이다. 충청북도 서천군에 위치한 국립생태원은 국내 최대로 생태연구 인력을 보유한 생태 전문 기관으로 우리나라 자연 생태계 보호와 생물다양성 보전, 복원을 위한 연구와 조사를 수행하고 있으며 국가의 자연환경 보전 정책수립을 지원한다. 오늘날의 환경 위기가 인간의 존망을 위협하는 지금, 자연기반해법을 활용해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생태 보전·복원으로 지구를 살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온 조도순 원장은 21세기 가장 큰 환경 문제로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의 위기를 손꼽았다.
기후위기는 익숙하지만, 생물다양성의 위기는 조금 낯설다. 환경 위기 앞, 전 세계 사람들이 기후변화 저감·적응에만 노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까닭은 생물다양성이 정량적인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는 것도, 평가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 조도순 원장의 설명이다. 이어 반가운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해 합의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에서 생물다양성을 위해 2030년까지 전 세계가 달성해야 할 23개항의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실천 목표가 정해졌다는 것이다. 이제야 실질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공기 중의 탄소를 모아 격려하거나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것이 기후변화 저감이라면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재난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적응입니다. 예를 들어 열대지방에서 기후변화로 강한 파도가 자주 치면 범람을 막기 위해 사람들은 콘크리트 벽을 세울 것입니다. 이것이 기후변화의 물리적 적응이라면 자연기반해법은 해안에 맹그로브 숲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합니다. 맹그로브 숲은 재난 방지는 물론이고 어류 생산량도, 생물다양성도 높이고, 공기도 깨끗하게 하며 또 사람들을 숲에서 쉬게 합니다. 물리적, 기계적으로 탄소와 관련된 단 하나의 문제만 해결하는 것 보다는 자연 생태계를 보전하고 복원하면서 지구가 직면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해 나가면, 인간에게도 다양한 혜택을 주며, 삶을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합니다. 저를 비롯한 수많은 생태학자가 자연기반해법을 주장할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국립생태원 본관



국가유산인 천연기념물 보전은 곧 생물다양성을 보전하는 일
생물다양성을 보전해야 하는 이유는 우선 많은 생물종은 사람에게 유용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많은 음식물과 의약품, 산업용 산물을 생물다양성에서 얻어 왔다. 또 생물다양성은 환경오염물질을 흡수하거나 분해해 대기와 물을 정화하고 토양의 비옥도와 적절한 기후 조건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그 때문에 생물다양성의 위기는 생태의 위기이자, 인류 생존의 위기다.
생물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은 다름 아닌 보호구역이다. 천연보호구역을 포함하는 천연기념물은 생물다양성 측면에서도 보전 가치가 높다. 과거 6년 간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분과 문화재위원으로 활동한 조도순 원장은 국가에서 지정한 자연유산을 잘 보호하고 보존하는 것은 우리나라 생물다양성 보전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천연기념물 동물의 보존, 복원은 국립생태원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반달곰, 두루미, 남생이 등 천연기념물 중에는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이 많은데 국립생태원은 멸종위기종 복원센터를 운영하며, 멸종위기종을 증식해서 자연에 이식하거나 방사해 멸종위기에서 벗어나도록 한다. 일례로 인천 앞바다에서 저어새를 구조해 증식한 후 방사하는 복원사업을 계속 해오고 있다.
“생각해 보면 천연기념물 중에는 자연 성지가 많습니다. 성황당이 있는 당숲은 신성하게 여겨 함부로 훼손하지 못했고, 일종의 자연보호 지역으로 살아남았습니다. 이처럼 자연유산이자 국가유산을 보전하는 것이 문화다양성과 생물다양성을 함께 보전하면서 인간의 터전과 삶을 보호하는 일입니다. 문화재청에서 당숲이 있는 천연기념물의 경우 전통문화 행사를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국립생태원에서 진행하는 생태교육을 듣는 참가자의 모습



침입외래종, 생태 파괴와 생물다양성 위기 초래해
조도순 원장은 생물다양성 감소 원인을 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침입외래종 순으로 꼽았다. 특히 침입외래종은 전국에 영향을 끼치는 만큼 국립생태원 또한 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침입외래종은 문화유산에도 막대한 손실을 준다. 목재와 식료품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흰개미가 목조 건축물과 문화유산 킬러로 불린다는 사실을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침입외래종은 도입부터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의도치 않게 들어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미국에서 수입한 곡식에 잡초 씨가 함께 들어와 전국에 퍼진 것처럼 말이죠. 위험성 있는 생물은 미리 유입주의종으로 지정해 함부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고, 유입되었다면 확산하기 전에 제거해야 합니다. 컨테이너에서 불개미, 흰개미가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오면 국립생태원 담당자가 재빨리 현장으로 달려가는 이유입니다.”
최근 반려동물 밀수가 불러온 생태계 파괴가 큰 문제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조도순 원장은 사람들이 동물이 작고 예쁠 때는 잘 키우다 감당되지 않을 만큼 자라면 산에다, 강에다 유기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왜냐하면 경쟁자나 포식자가 없는 새로운 종은 빠르게 번식해 생태계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천연기념물의 파괴 또한 예외가 아니다.

국립생태원의 사막관



생태계도 마땅히 존중받아야 해
“생태라는 것은 워낙 복잡하고 규모도 다양합니다. 그 때문에 생태를 볼 때는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것처럼 전체를 우선시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요즘 생태 중심이라는 용어를 강조합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뜻이 있는데요, 예전부터 우리는 늘 사람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 중심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다른 동물은 물론이고 생태계 또한 존중 받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윤리적인 측면에서도 생태 중심 윤리로 생각한다면 자연 보전에 더 많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태. 그 때문에 생태 보전, 자연 보전이라고 하면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은 물론이고 경제학, 사회학, 법학, 공학 등 다양한 분야 사람이 협력해야 환경 위기 문제를 더 잘 극복할 수 있다는 조도순 원장이다. 마지막으로 개원 10주년을 맞은 국립생태원의 두 번째 도약에 앞서 단단한 목표를 들었다. “이제 열 살밖에 안 된 신생 기관입니다.(웃음) 국립생태원은 생태 연구 직원이 300여 명이나 있는 큰 기관인 만큼 앞으로는 개별 연구자가 수행하기 어려운 연구 사업을 펼칠 계획입니다. 지구의 대표적인 환경문제인 기후위기나 생물다양성 위기 연구는 국립생태원에서 선도해 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에 걸맞게 해외 생태계 연구 또한 활발히 하고, 해외 생태계 전문가도 육성할 계획입니다. 지켜봐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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