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자연유산과 지역공동체
자연유산을 매개로 한 지역관광의 활성화
'지역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방향 제시'

SBS 드라마 <악귀>속에서 수호신으로 등장하는 덕달이 나무가 실제 존재하는 천연기념물 <의령 성황리 소나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덕달이 나무를 보기 위해 경남 의령군 성황리를 찾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이에 성황리 주민들은 덕달이 나무로 가는 길의 이정표와 안내판을 달고, 마을회관 내 임시 화장실과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빠르게 움직였다. 또한 지난 7월 28일에는 자연유산의 보존·관리·활용에 앞장서 활동하는 전국의 당산나무 할아버지들이 이곳에 모여 드라마로 새롭게 관심을 받게 된 천연기념물 '덕달이 나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의견을 나누고자 머리를 맞대 회의를 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자연유산에 대한 관심을 통한 지역관광의 활성화는 지역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새로운 방향이다.

천연기념물 <의령 성황리 소나무>



자연유산의 힘으로 지역관광에 활력을!
최근 시청자들은 드라마와 같은 콘텐츠를 그저 한 번 보고 즐기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드라마에 내재된 코드를 다시금 찾고자 한다. 이에 맞춰 콘텐츠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여 재생산하는 적극적인 크리에이터도 늘어나고 있다. SBS 드라마 <악귀> 역시 김은희 작가의 탄탄한 소재 연구와 프로덕션의 노력으로 민속학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였고 한국의 자연유산과 전통문화를 연계하여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한국의 콘텐츠가 국내에서만 소화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한류 바람과 함께 수많은 해외 관광객이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무엇보다 자연유산과 연계된 콘텐츠의 힘으로 지역관광을 활성화하는 효과는 다양한 사례를 통해 경험해 왔다. 그러한 경험치가 쌓이면서 한국의 자연, 역사, 문화자원이 경제적 효과를 유발하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쉽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악귀>라는 드라마의 제작 과정을 들여다보면 복잡한 관계들 속에서 어렵게 일구어졌음을 알게 된다. 먼저 자연유산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나무를 드라마 소재로 하기 위해서 문화재위원회를 설득하는 과정부터 쉽지 않고, 통과가 되더라도 문화재보호법상 촬영 시 행정절차도 복잡하다. 또한 직접 천연기념물 나무에 독을 매달 수 없기 때문에 컴퓨터그래픽으로 합성하는 수고가 들며, 흥행에 성공했어도 추가적인 민원, 고증에 대한 논쟁 등 책임의 무게도 따른다. 이러한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악귀> 제작사가 <의령 성황리 소나무>를 고집한 이유는 예사롭지 않은 나무의 형체와 신비롭게 뿜어나오는 품위 때문이었을 것이다.

01. 의령 성황리 소나무 주변 모습 02. 의령 성황리 소나무에 모인 당산나무 할아버지들과 문화재청 및 의령군 관계 직원
03. 천연기념물 <구미 독동리 반송>을 관리하는 모습



자연유산 보호·보존의 역할을 넘어 활용도 중요
그렇다면 해당 천연기념물이 있는 지역의 주민들은 어땠을까. 실제 <의령 성황리 소나무>는 아이 시체를 매달았다는 드라마의 설정과는 전혀 무관하다. 의령군 성황리는 충의의 고장, 부자를 배출한 고장이라는 이미지를 오래 간직하고 있었기에, 드라마 속 덕달이 나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마을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우려는 있었다. 하지만 주민들은 이러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고, 마을을 찾는 관광객을 반갑게 맞이했다.
성황리에는 이 소나무 외에도 범상치 않은 외형을 갖춘 영성한 기운이 서린 나무가 마을 곳곳에 있다. 그중 한 그루 앞에 노인정이 있고, 바로 옆에 ‘의령 성황리 삼층석탑’으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의령 성황리 삼층석탑’은 신라시대에 세운 절터에서 발견된 경상남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문화유산이다.
국가유산 주변에는 여러 가지의 제한이 따르는데, 대표적으로 국가유산 보존을 위해 매도제한, 개발제한이라는 규제들이 있다. 성황리 역시 규제에 의한 고충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와 정책은 점점 달라지고 있다. 기후위기로 인한 자연이상 조짐, 인구절벽과 노령화, 서울권 집중으로 인한 지방세수 부족 등이 사회의 핵심적인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에 대한 대책으로서 국가유산의 역할이 중요해진 것이다. 국가유산을 보호·보존하는 것만이 아니라 잠재적인 경제자원으로서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논의가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영우 팽나무의 사례는 지역활성화 전략에 있어 매우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관심이 모이면, 사람이 모이고, 그에 대한 지원도 따르게 되는 것이다.
그동안 빅데이터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의사결정이 수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적인 전략을 만들어 냈다. 합리적인 방법과 효율성을 중시하도록 요구받고 있으며, 보다 수월한 업무 처리와 책임에 대한 걱정에서 멀어지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누구나 당장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을 추구하고자 한다. 하지만 <악귀>라는 드라마는 달랐다. 쉬운 길보다는 어려운 길을 택했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놀라운 결과를 가져왔다. <악귀>는 2회 만에 미니시리즈 1위 자리에 오르며 인기를 모았고, 덕달이 나무로 나온 의령 성황리 소나무가 알려지면서 마을을 찾는 사람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드라마 방영 후 아이들과 함께 의령을 다시 방문해 보았다. 어느새 드라마 <악귀>의 촬영장소라는 간판이 길을 안내하고 있었고, 주차시설이 다듬어져 있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나무와 숲이 선사하는 시원함을 즐길 수 있었고, 성황리 소나무의 기개에 아이들은 연신 함성을 지르며 좋아했다. 아이들의 커다란 목소리가 주위에 피해를 줄까 걱정하는 것을 보며 지나가는 어르신들이 괜찮다며 웃어주셨고, 아이의 발을 씻을 수 있도록 늦은 밤에도 노인정의 문까지 열어주셨다.
아이들은 가야문화, 고려동, 임진왜란 곽재우 장군의 의병 이야기를 듣고, 현고수나무와 성황리 소나무를 보며 오감으로 지역 역사와 문화를 체득하였다. 자연유산에 깃든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를 알게 됐을 뿐만 아니라 역사를 입증하는 기록체의 일부로 그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 이것이 바로 자연유산을 매개로 한 지역관광 활성화가 발휘하는 긍정적인 영향이 아닐까 생각된다.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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