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명사와 국가유산
인류무형문화유산 씨름을 위한 멈추지 않는 도전
'이태현 용인대 교수,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이사장'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까지 국내 씨름판의 제왕이라 불리던 이태현 교수는 여전히 씨름을 사랑하고 씨름의 명맥을 잇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용인대 무도스포츠학과 교수,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이사장, 대한씨름협회 이사 등 그가 가진 많은 직함을 관통하는 것은 단 하나, 오직 우리 씨름을 계승하고 발전시키겠다는 의지다. 이를 위해 씨름 교육과 씨름 품새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를 만나보았다.
부흥기를 맞은 씨름, 대중화를 위한 교육 활동으로 분주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 한낮의 용인대 체육관은 후끈했다. 샅바를 차고 연습에 여념이 없는 학생들과 그들을 지도하는 이태현 교수의 열기가 더해져 체감온도가 치솟고 있었다. 이태현 교수는 씨름판에서 현역으로 뛰던 시절 역대 최대 전적, 최다승, 역대 최고 상금, 총 40회의 장사 타이틀 등 양손으로 꼽기에도 벅찰 만큼 화려한 전적을 자랑했다. 모래밭에서 은퇴한 지 어느덧 10여 년이 지났지만 지금의 그는 현역 시절 이상으로 바쁘다. 씨름의 부흥과 융성을 위해 교육부터 행정, 홍보, 기획까지 전방위적으로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현 교수는 씨름판에서 현역으로 뛰던 시절 역대 최대 전적, 최다승, 역대 최고 상금, 총 40회의 장사 타이틀 등 양손으로 꼽기에도 벅찰 만큼 화려한 전적을 자랑했다.

이태현 용인대 교수,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이사장



“씨름의 대중화를 위해 초등학생과 외국인들에게 씨름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미군 부대와 연결이 되서 미군들에게도 15주 코스로 수업을 하고 있어요. 수업 내용은 용인대 씨름 시범전공 수업의 커리큘럼을 약간 변형해서 하고 있는데요. 스포츠는 일단 재미가 있어야 관심이 생기고 지속성이 있기 때문에 놀이와 재미 위주로 진도를 나가고 있습니다.”
반응은 뜨겁다. 처음에는 몸을 붙이고 하는 씨름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이던 아이들도 나중에는 너도나도 붙잡고 씨름을 할 정도로 재밌어 한다. 미군들 역시 수업을 거듭할수록 한국 고유의 운동인 씨름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러한 상황을 설명해주는 이태현 교수의 얼굴에 미소가 감돈다. 사실 이태현 교수가 이렇듯 흥이 나는 이유는 또 있다. 1980년대 전성기를 맞았던 씨름이 오랜 침체기를 보내다가 최근 다시 부흥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잖아요. 지금 제가 그 한가위를 맞은 기분입니다. 찾아주시는 곳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아졌어요.”




씨름,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로 날개를 달아
평생을 씨름과 함께해 온 이태현 교수는 은퇴 후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며 씨름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일에 발 벗고 나서기 위해 준비를 다졌다.
“어머니는 중학교 때부터 저에게 주말에 과외를 시키시며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게 하셨어요. 씨름처럼 공부를 하며 얻는 성취감도 함께 느끼게 해 주셨죠. 그렇게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하는 과정에서 제가 직접 체득한 씨름판에서의 경험과 생리학 이론, 신체 이해도가 합쳐지니까 시너지효과가 일어났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도 저만의 교육법이 생기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기회도 얻게 되었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자꾸 늘어나더라고요.”

씨름이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순간 함께했던 이태현 교수 ⓒ문화재청



이태현 교수는 전통 놀이에서 파생해 현대 스포츠로 확장된 우리 전통 무술 씨름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를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세계적으로 K-컬처가 유명해진 요즘이라면 K-스포츠인 씨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해외홍보사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씨름이 세계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2018년에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면서부터일 거예요. 아프리카 모리셔스에서 개최된 제13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에서 등재가 결정되었는데, 저도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당시에 ‘온 국민이 놀이를 통해 화합할 수 있는 장’으로서 씨름의 역할을 강조했는데요. 이것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씨름이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는 순간, 당사국과 NGO단체 참석자 모두가 기립박수를 보내주었어요. 가슴이 벅차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이태현 교수는 당시 NGO단체 참석자들이 전통 놀이문화를 어떻게 키웠기에 국민 모두가 좋아하는 스포츠로 등극하였는지, 전문 프로팀까지 만들 수 있었는지 궁금해했다고 회상했다. 스웨덴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초청강의 요청까지 들어왔을 정도였다.




씨름의 변화와 도전은 계속된다
인류무형문화유산씨름진흥원 이사장으로서 이태현 교수가 요즘 가장 공들이고 있는 일은 씨름의 품새 사업이다. 태권도 품새라면 익히 들어왔지만 씨름 품새는 조금 낯설다.
“태권도나 많은 운동 종목은 품새가 있기 때문에 정량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게 있어요. 하지만 씨름은 놀이로 출발해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정량화된 것이 없지요. 그래서 그 틀을 잡고자 하는 것입니다. 씨름의 품새가 완성된다면 동작, 움직임, 강약 조절 등을 통해 혼자 수련이 가능하고, 운동에 대한 이해도도 일반인들에게 더 빨리 전파될 거예요.”
품새가 완성되면 시범단을 만들어 국내외 공연을 다니고 싶다는 그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친다. 이태현 교수는 삶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으로 ‘안주(安住)’를 꼽았다. 주어진 역할만 하는 것이 가장 편한 길이지만 그것만으로 씨름의 미래를 담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씨름은 시대에 따라서 변화해 왔어요.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문화가 지켜지기 위해서는 정체되어 있으면 안 되니까요. 씨름이 우리의 오랜 역사 안에서 지금까지 지켜져 온 것은 시대에 맞게 변화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다행히 협회나 국가에서도 열린 마인드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저희 역시 다양한 변화와 도전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꾸고 있습니다." 이태현 교수는 무형문화유산 씨름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전사업과 개발사업이 함께 균형을 맞춰 병행되어야 한다며, 지금 당장의 성과가 아니라 멀리 내다보고 지금부터 그 기반을 다지는 사업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씨름계 후배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선수는 승리를 위해 달립니다. 하지만 최고의 자리에 올랐을 때 거기서 한 단계 더 오를 수 있는 능력은 ‘지식’이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해요. 운동에만 갇혀 있지 말고 세상사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저는 매일 신문을 보는 선배, 테니스를 좋아해서 해외 경기까지 열심히 챙겨보는 선배, 시사에 관심이 많은 선배를 따라다니면서 많은 걸 얻었어요. 그리고 그걸 기반으로 많은 사람과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넓은 세상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늘 ‘물음표’를 갖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태현 교수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전했다.
“질문하세요. 나에 대해서 또 세상에 대해서요. 그 답을 따라가는 재미가 너무나 큽니다. 우리 씨름도 그런 질문 안에서 새로운 답을 계속해서 찾아낼 거예요.”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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