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무형유산의 맛·멋·흥
온 국민이 전승·향유하고 있는 전통의 맛과 멋, 떡 만들기
'2021년 11월 1일 국가무형문화재 공동체종목으로 지정'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일생의례를 비롯하여 절기, 명절 등 생활에 밀착되어 떡을 만들고 나누어 먹었다. 이는 가족·이웃과 함께 만들고 나누는 '정(情)을 주고받는 문화'의 상징이며 사회구성원 간의 화합을 도모하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오랜 역사를 갖고 현재도 한반도 전역에서 전승·향유되고 있는 '떡 만들기'는 그 가치를 인정받아 2021년 11월 1일, 국가무형문화재 공동체종목으로 지정되었다. 다양한 맛과 모양, 색과 향을 갖고 있어 세계 어느 나라의 후식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우리 떡의 문화에 대해 알아보자.

개성우메기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농경의 시작과 더불어 발달한 떡
떡은 곡식가루를 물과 반죽하여 찌거나, 쪄서 치거나, 물에 삶거나, 기름에 지져서 만든 음식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떡이란 말은 ‘찌다’의 동사에서 명사(찌기→떼기→떠기→떡)로 어원이 변화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떡’이란 말은 한글로 1800년대 「규합총서」에 기록되어 있고, 이전에는 병[餠(떡 병)], 고[?(떡 고), ?(떡 고)], 편[?(떡 편)] 등의 한자어가 사용되었다.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떡을 먹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삼국시대 이전의 청동기시대 유적인 나진초도패총과 삼국시대의 고분군에서 시루 등이 출토된 것으로 보아 삼국시대 이전부터 떡이 만들어졌을 것이라는 추론이 지배적이다. 우리나라의 떡은 떡을 찌는 데 꼭 필요한 상용용구(常用用具)인 시루의 역사와 같이한다고 볼 수 있으며, 아울러 곡물의 가루로 찐 시루떡이나 쌀을 찐 다음 절구에서 떡메로 쳐서 만드는 인절미, 절편 등 도병류를 즐겼을 것으로 보인다.
삼국시대와 통일신라시대로 접어들어 권농시책과 함께 본격적인 농경시대가 전개되면서 쌀을 중심으로 한 곡물의 생산량이 증대되어 쌀 외의 곡물을 이용한 떡도 다양해졌다. 1145년 「삼국사기」, 1281년 「삼국유사」 등 문헌에 ‘신라 남해왕 사후에 유리와 탈해의 왕위계승을 두고 떡을 깨물어 치아 수가 더 많은 유리가 왕에 올랐다’, ‘이웃에서는 떡을 찧느라 쿵덕쿵덕 방앗소리가 들리는데 가난하여 떡을 치지 못하는 아내의 안타까운 마음을 달래주기 위해 거문고로 떡 방앗소리를 내었다’, ‘세시마다 술, 감주, 떡, 밥, 차, 과실 등 여러 가지를 갖추어 제사를 지냈다’ 등의 떡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불교가 더욱 번성했던 고려시대에 떡은 한층 발달하였다. 상류층이나 세시행사, 제사음식뿐 아니라 하나의 별식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1613년 「지봉유설」에 ‘고려에서는 상사일(음력 3월 3일)에 청애병(쑥떡)을 으뜸가는 음식으로 삼았다’고 하였고, 1765년 「해동역사」에는 ‘고려 사람들이 밤설기떡인 율고를 잘 만들었다’고 칭송한 중국인의 견문이 기록되어 있다. 고려 공민왕 때 「목은집」에는 ‘유두일에는 수단을 하였고, 차수수로 전병을 부쳐 팥소를 싸서 만든 찰전병이 매우 맛이 좋았다’는 기록도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 접어들어 유교가 뿌리를 내리면서 관혼상제 등의 각종 의례와 세시행사가 관습으로 자리를 잡게 되었고, 농업기술과 조리가공법의 발달로 떡 재료와 빚는 방법이 다양화되어 각종 의례에 떡의 사용이 보편화되었다. 특히 궁중과 반가를 중심으로 떡의 종류와 맛이 한층 다양해지고 화려했는데, 조선시대 조리서에 등장하는 떡의 종류만 해도 무려 198가지에 이른다.
지역적 특색이 담긴 떡의 종류
떡은 만드는 방법에 따라 찌는 떡, 치는 떡, 삶는 떡, 지지는 떡으로 구분할 수 있고, 지역의 기후와 지리적 특성에 따라 사용되는 재료와 모양의 차이가 있어 지방마다 특징적인 향토떡이 발달하였다.

左) 꼬깔떡(ⓒ(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中)인절미(ⓒ(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右) 팥시루떡(ⓒ(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



경기도 떡은 종류가 다양하고 모양도 멋을 부려 화려하다. 특징 있는 떡으로는 흰 절편에 색색의 물을 들인 색떡, 여주산병, 개성우메기, 개성경단, 강화의 근대떡, 개떡 등이 있다. 양반과 서민의 떡이 구분되어 있는 충청도는 해장떡, 쇠머리떡, 약편, 곤떡, 볍씨쑥버무리, 칡개떡, 햇보리개떡 등이 있다. 강원도는 산과 바다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영동과 영서지방의 떡은 차이가 있었다. 감자시루떡, 감자떡, 감자녹말송편 등 감자로 만든 떡이 주를 이루지만, 댑싸리떡, 메싹떡, 팥소흑임자, 우무송편, 방울증편 등이 알려졌다. 전라도는 곡식이 풍부하여 음식 못지않게 떡도 사치스럽고 맛이 각별하다. 감시루떡, 감고지떡, 감인절미, 나복병, 수리취떡, 고치떡, 깨떡(깨시루떡) 등이 있다.
경상도는 각 고장에 따라 떡이 달랐는데, 상주와 문경에는 밤, 대추, 감으로 만든 설기떡과 편떡, 경주는 제사떡이 유명하였다. 이밖에 모시잎송편, 밀비지, 만경떡, 쑥굴레, 잣구리 등이 있다. 제주도는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섬이라 쌀보다 잡곡이 흔하여 떡의 재료도 메밀, 조, 보리, 고구마가 많이 쓰였다. 다른 지방에 비해 떡의 종류가 적고, 쌀을 이용한 떡이 귀하여 제사 때만 올렸다. 대표적인 떡으로 오메기떡, 돌래떡(경단), 빙떡, 빼대기, 상애떡 등이 있다.
한국인의 삶에 스며든 떡 문화
떡은 돌, 관례, 혼례, 수연례, 상·제례 등 일생의례 음식으로 올랐을 뿐 아니라 세시풍속 행사에 빈부 차이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누구나 빠짐없이 만들어 먹었다.
정월 초하루는 떡국을 온가족이 한 그릇씩 먹는 것으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여겼다. 정월 대보름에는 약식을, 2월 초하룻날인 중화절에는 ‘노비송편(삭일송편)’이라 하여 노비들에게 나이대로 나누어 주며 격려했다고 한다. 음력 3월 3일 삼짇날에는 찹쌀가루에 진달래꽃잎을 얹어 진달래화전을 해 먹었으며, 석가탄신일에는 느티떡(유엽병)과 장미화전, 5월 단오에는 쑥인절미와 수레바퀴 모양으로 문양을 낸 차륜병(수리취절편)을 먹었다. 유월 유두절에는 작고 동그란 떡을 꿀물이나 오미자국물에 넣어 먹는 떡수단, 상화병, 밀전병을 만들었고, 7월 칠석(삼복)에는 개찰떡, 밀설구, 주악, 백설기 등을 먹었는데 모두 여름에 쉽게 상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8월 한가위에는 햅쌀로 시루떡과 송편을 빚어 조상께 제사를 지냈다. 9월 중양절은 국화주와 국화전을 만들어 먹었으며, 10월 상달은 시루떡(붉은팥)을 쪄서 집안을 지켜 준 가신에게 바쳤다는 풍속이 전해진다. 낮의 길이가 가장 짧고 밤의 길이가 가장 긴 동짓날에는 팥죽(찹쌀경단)을 먹었는데 이때 팥죽의 새알심을 나이만큼 넣어 먹었다. 섣달그믐은 집에 남아 있는 재료들을 모두 넣고 따뜻하게 온시루떡을 만들어 먹었다.
아기가 출생한 지 백일이 되는 날에는 백설기를 백 집에 나누면 아기가 병 없이 장수하고 복을 받는다고 하여 많은 이웃과 나누었고, 첫돌에는 백설기, 차수수팥경단, 오색송편, 인절미, 무지개떡을 만들었다. 아이가 서당에서 책을 한 권씩 뗄 때마다 축하하고 더욱 정진하라는 의미로 오색송편과 경단을 만들어 먹었다.
성인이 되었음을 축하하는 성년례는 각종 떡과 약식, 음식을 차렸다. 남녀가 만나 부부가 되기 위해 올리는 혼례에는 부부가 찰떡처럼 화목하게 지내기를 기원하며 봉치떡(봉채떡)을 만들었고, 지역에 따라 달떡과 색떡을 혼례상에 올리기도 하였다. 수연례(회갑, 칠순 등)에는 백편, 녹두편, 꿀편, 승검초편 등을 층층이 높이 괴고, 그 위에 화전, 주악, 단자, 부꾸미 등을 웃기로 얹어 장식하였다. 잔치가 끝나면 가족, 친지, 이웃과 함께 나누어 먹었다. 고인을 추모하기 위한 제례에도 수연례와 같이 편떡 위에 웃기떡을 올렸는데, 조상신을 모셔오는 제례에는 붉은색 떡은 사용하지 않았다.
떡 만들기 문화의 재조명
떡 전문교육과 체험, 떡 문화 해설, 현대의 감성과 지역 특산물을 접목한 떡(후식) 개발, 전통음식 경연대회 등 ‘떡 만들기’라는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승·보급하기 위해 (사)한국전통음식연구소와 떡박물관은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6월, ‘떡 만들기’ 국가무형문화재 지정 1주년을 기념하고, 떡 만들기 문화의 중요성을 재조명하고자 <한국의 떡, 미래 인프라를 구축하다>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떡 만들기 문화의 가치와 콘텐츠화의 중요성, 떡의 대중화·산업화를 위한 전략과 기술개발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시간이 되었다. ‘떡 만들기’가 ‘김치 담그기’와 같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를 염원하며 격년으로 ‘떡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EDITOR 편집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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