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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빼고 알맹이만 쏙! 쓰레기 줄이기 참 쉽죠?

20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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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주간지 K-공감
껍데기는 빼고 알맹이만 쏙! 쓰레기 줄이기 참 쉽죠?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

    “환경은 뉴스나 신문에 나오는 주제였을 뿐 제 일상과는 거리가 멀었죠. 그러다 우연히 선물 받은 나무 칫솔을 사용하면서 집에 있는 플라스틱 제품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지금까지 내가 버린 플라스틱 칫솔이 몇 개나 될까 떠올려보니 무섭고 죄책감이 들면서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알맹상점에서 만난 30대 A씨의 말이다. 알맹상점은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다른 포장 없이 내용물을 빈 용기에 필요한 만큼만 구매하는 곳)이자 무포장 상품을 파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상점이다. A씨는 나무 칫솔을 시작으로 쓰레기 문제에 경각심을 갖게 됐고 그 후 친환경 제품들을 사용하게 됐다고 말했다. A씨의 장바구니에는 나무 칫솔과 물티슈 대용의 가제수건, 고체 비누로 만든 올인원 샴푸바 등이 담겨 있었다. 친환경 생활 실천에 있어 아직 초보자라는 A씨는 제로 웨이스트 상점을 이용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했다. 구매 단계부터 불필요한 포장재 없이 물건만 구입하기 때문에 평소 배출하던 쓰레기의 양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플라스틱 칫솔, 샴푸통, 린스통 등 욕실 플라스틱 용기 및 일회용 물티슈 등이 알맹상점을 이용하면서 A씨 집에서 사라진 쓰레기들이다. A씨는 이제 리필 제품 이용에도 도전하고 있다면서 주방세제와 세탁세제를 집에서 가져온 유리병에 담았다. 

 
국내 최초 리필스테이션 알맹상점에서는 주방세제부터 세탁세제, 화장품, 식재료 등을 포장 용기 없이 내용물만 판매한다. (사진. C영상미디어)


 
코로나19 팬데믹이 부른 ‘코로나 트래시’
    환경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전 세계를 공격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는 환경 문제가 시급한 인류의 과제임을 깨닫게 하는 뼈아픈 계기가 됐다. 팬데믹 주범으로 기후변화가 지목됐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기후변화로 사람이 병원균에 감염될 민감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니파 바이러스(1999)’,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2002)’, ‘신종 인플루엔자A(돼지독감·2009)’,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2012)’ 등 신종 감염병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지난 반세기와 기후변화가 악화된 시기가 일치한다는 것이다. WHO는 기후변화가 환경파괴로부터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코로나19로 환경보호에 대한 인식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지만 현실은 아이러니하게도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이었다. ‘네이처 리뷰 지구환경’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2019년 약 4억 톤이던 전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코로나19 이후 2배 이상 급증했다. 비대면 생활이 이어지면서 온라인쇼핑과 음식 배달의 급증으로 포장재 쓰레기가 대량 발생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증가한 쓰레기를 뜻하는 ‘코로나 트래시(Trash·쓰레기)’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다.
    국내 상황도 심각하다. 2023년 3월 그린피스가 발표한 ‘플라스틱 대한민국 2.0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이후 국내 일회용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이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났다. 2021년에만 총 1193만 2000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했으며 이는 2017년에 비해 무려 49.5%(395만 1000톤) 증가한 양이다. 특히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생활(가정) 폐기물 중 플라스틱 쓰레기를 의미하는 폐합성수지류가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분리배출되는 플라스틱 중 배달음식 포장재를 포함하는 ‘기타 폐합성수지류’ 항목은 2019년 하루 715.5톤에서 2021년 1292.2톤으로 증가했다.
    2022년 한국환경공단의 생활폐기물 발생량 통계를 보면 서울시에서만 하루 2300톤 이상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행하고 있다. 부피로 환산하면 5톤 트럭 742대에 실어야 하는 양이며 330㎡(100평) 건물 34층을 가득 채우는 규모다. 당장 플라스틱 쓰레기부터 줄여야 한다. 

 
알맹상점 망원점 고나연 매니저는 “알맹상점을 이용하는 것도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쇼핑하면서 쓰레기를 줄일 수 있다?
    즐겁게 쇼핑하면서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가게가 있다면?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쉽고 편한 환경보호 실천법일지 모른다. 알맹상점이 그런 곳이다. 2020년 6월 문을 연 알맹상점은 망원동 주민들이 만든 ‘알짜 모임(알맹이만 찾는 자들의 모임)’에서 시작됐다. 2018년 ‘쓰레기 대란(중국의 플라스틱 수입 금지로 벌어진 사태)’이 터졌을 당시 ‘알짜 모임’은 쓰지 않는 장바구니를 모아 망원시장에서 사람들에게 빌려주면서 ‘비닐봉투 사용하지 않기’ 운동을 벌였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플라스틱 제로를 고민하다 ‘세상의 모든 것을 리필하겠다’는 마음으로 알맹상점을 만들었다. 알맹상점은 현재 망원점을 중심으로 비건 카페를 겸하고 있는 서울역점과 제로 웨이스트 가게 전용 도매몰 등을 운영 중이다.
    ‘껍데기는 가라, 알맹이만 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건 알맹상점은 과대포장으로 발생되는 불필요한 쓰레기는 줄이고 우리 삶에 꼭 필요한 ‘알맹이’만 골라 사용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애초에 쓰레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자는 것이다.
    “환경보호를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것들부터 구매해보라고 조언하고 싶어요. 알맹상점은 ‘용기내 캠페인’에서 시작됐어요. 말 그대로 용기를 내서 용기를 가지고 다니며 쓰레기를 줄이는 거예요. 비닐봉투 대신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준비한 용기에 음식을 포장하는 거죠.”
    알맹상점 망원점 고나연 매니저의 말이다. 고 매니저는 ‘알맹상점을 이용하는 것’도 쓰레기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알맹상점의 친환경·제로 웨이스트 물건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재사용 빨대, 천연 수세미, 고체 형태의 샴푸바, 설거지바, 일회용 티슈·키친타월 대용의 소창·거즈, 천연펄프로 만든 각종 행주, 대나무 칫솔, 플라스틱 조각을 녹여 만든 고리 등 400여 종에 달한다. 고 매니저는 ‘쓰레기가 적게 나오는 제품, 재활용 소재나 재사용한 수명 연장 제품, 만들 때부터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제품, 탄소배출을 줄이려고 노력한 제품, 만드는 사람을 존중하고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제품, 동물성 성분과 동물시험을 배제한 비건 지향 제품’ 등 여섯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제품만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알맹상점은 2022년에만 플라스틱 통 7만 5144개를 저감하는 효과를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알맹상점을 찾은 손님이 가져온 용기에 식재료를 필요한 만큼 담고 있다.  (사진. C영상미디어)


 
일회용품 줄이기 위해 커피차 도전
    알맹상점의 핵심은 리필스테이션이다. ‘세상의 모든 것을 리필하겠다’는 선언대로 주방세제 및 세탁세제부터 화장품, 식재료까지 ‘이런 것도 리필이 되나?’ 싶은 것까지 다양하다. 리필 방법은 간단하다. 깨끗하게 세척해 건조한 플라스틱이나 유리 용기를 가져와 저울에 빈 용기를 올린 후 선택한 제품을 원하는 양만큼 담고 무게를 적어 부착한 후 계산하면 된다. 혹 용기를 가져오지 않아도 괜찮다. 알맹상점에서는 소독된 재활용 용기를 무료로 준다. 살균소독기도 구비해 고객이 가져온 용기도 소독할 수 있도록 했다.
    알맹상점 망원점의 소분 판매도 리필 판매만큼 획기적이다. 재스민, 얼그레이, 히비스커스 등 각종 차는 기본이고 커피, 후추, 핑크소금, 페퍼론치노 등 향신료와 올리브유, 발사믹 식초, 비건 쿠키, 건과류, 인센스까지 원하는 만큼 살 수 있다. 1인가구가 급증하는 가운데 불필요한 비닐, 플라스틱 포장재, 다 먹지 못해 썩히거나 버리는 음식물 쓰레기까지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니 경제적이다. 매직펜, 샤프심 등 문구류 리필도 가능해 무궁무진한 리필 세계를 경험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알맹상점 누리집(almang.net)에서는 가까운 곳에 제로 웨이스트 가게가 있는지 알아볼 수 있도록 ‘전국 제로 웨이스트 숍 지도’를 통해 안내하고 있다.
    독일 정수기 브랜드인 브리타를 상대로 필터 수거 및 재활용을 요구한 캠페인 ‘브리타 필터 어택’은 알맹상점을 다양한 ‘어택(기업에 포장재 절감 등을 요구하는 행동)’의 거점으로 만들었다. 화장품 포장재 어택을 진행하며 기업과 제도를 바꾸는 데 앞장서고 플라스틱 프리를 위한 비닐아웃, 카페에서 빨대 없애기 캠페인을 벌였다. 무포장 네트워크 조사단 등을 통해 시민의 행동과 목소리를 모았다.
    다음 단계는 봄부터 시작하는 ‘커피차’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커피차는 하루에 수백 개의 일회용품 쓰레기를 배출한다. 알맹상점은 다회용 커피차를 통해 일회용품 쓰레기 저감은 물론 인식 변화에도 앞장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전기차도 구매했다.
    “알맹상점 초창기부터 ‘우리의 목표는 망하는 것’이었어요. 알맹상점 같은 곳이 더 이상 필요 없는, 환경을 위한 시스템이 잘 갖춰진 세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고 매니저의 말처럼 알맹상점이 더 이상 특별하지 않고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가게가 된다면 지구를 지키는 일이 훨씬 쉽고 간단해질지 모른다. 지금 바로 우리 동네 제로 웨이스트 숍부터 검색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