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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먹으면 진짜로 탈수가 일어날까?

2021-11-04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먹고 마시고 운동해요
커피를 먹으면 진짜로 탈수가 일어날까?
'카페인과 이뇨작용'

    2021년 1월 세계일보에 재밌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한국 커피 전문점 시장 규모가 2018년 기준으로 세계 3위라는 것입니다. 1위가 미국, 2위가 중국인 것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규모입니다.     인구 대비 시장규모로 따지면 중국보다도 더 많은 커피 소비가 이뤄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성인 연간 커피 소비량은 353잔으로 세계 평균 소비량 132잔에 약 3배에 달한다고 하네요. 거의 1일 1커피 하고 있는데, 사실 이렇게 글을 쓰는 저도 오늘 커피를 두 잔 마셨습니다.
    약국에서 복약지도를 할 때 교감신경 작용약이나 일부 항생제 등 카페인을 복용하면 안 되는 분들께 커피 마시면 안 된다고 말하면 ‘커피 못 먹으면 안 되는데, 혹시 약을 안 먹으면 안 될까요?’라며 되묻는 분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침에 먹는 모닝커피 한잔이 피로감을 줄여주고 기분도 좋게 만들어주니 하루를 열어주는 그 맛을 참기는 어렵겠죠.
    이렇게 커피를 많이 마시다 보니 커피에 대한 관심사도 높습니다. 커피에 대한 기사는 항상 인기기사에 오르고, 누리꾼들이 다는 댓글에도 찬반 의견이 격렬하게 올라오곤 하죠.
    결국 커피가 ‘좋다 Vs 나쁘다’를 가르는 것은 커피 안에 가장 중요한 성분인 ‘카페인’입니다. 필자는 경기도 마약퇴치 운동본부에서 예방교육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청소년에게 카페인이 얼마나 위험한 지 교육하고 있으니, 저도 카페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사람들에게 카페인이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순 없겠죠? 



    카페인이 신경계에 작용하는 원리는 크게 2가지 작용으로 나누어집니다.
    첫째 카페인은 중추신경계에 작용합니다. 특히 교감신경을 흥분하고 도파민 분비를 촉진합니다. 이로 인해 기분이 좋아지며 흥분하게 되죠. 카페인은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음이 알려져 있습니다. 코르티솔은 에너지 대사를 촉진하는 호르몬이죠. 보통 아침 9시~11시에 코르티솔이 가장 낮습니다. 모닝 커피를 먹어야 비로소 정신이 든다는 사람은 평상시 코르티솔 농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효과로 인해 카페인 섭취는 운동 능력을 올려 주기도 하고 체중 감량에 도움을 주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둘째 카페인은 아데노신 수용체에 작용해서 뇌가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게 만듭니다. 아데노신은 ATP를 소모한 뒤 나오는 물질로 아데노신이 많다는 건 그만큼 에너지 소모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뇌에는 아데노신 수용체가 있어 혈중 아데노신 농도를 체크할 수 있죠. 아데노신 양이 많아지면 뇌 흥분이 억제돼 졸음을 느끼게 됩니다.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졸음이 쏟아진다는 사람은 실제로 몸은 에너지 과도한 사용과 부족에 시달리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카페인의 효과는 어떨 때는 인체에 좋은 영향을 어떨 때는 매우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카페인은 중독성이 있으므로 만약 너무 많은 카페인 복용을 하고 있고, 카페인 복용을 중단했을 때 불안감이나 기분저하 등 금단 증상이 느껴진다면 전문가와 상의하셔야 합니다. 
    커피를 마시면서 또 많이 나오는 이야기는 바로 ‘탈수’입니다. 카페인은 신장으로 가는 혈류량을 늘리며, 항이뇨호르몬(ADH) 분비를 막습니다. 커피를 먹으면 만성 탈수에 시달린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카페인이 인체에 작용해 소변량이 늘고 이 때문에 체내 수분도 부족해진다고 말하는데요. 이것은 진실일까요? 카페인과 이뇨효과에 대한 여러 자료를 같이 살펴보면서 보다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살펴볼 자료는 2003년 JHND에 발표된 ‘카페인 섭취 및 수분 균형’ 논문입니다. 이 논문은 1966년 1월부터 2002년 3월까지 의학 및 과학 문헌에 발표된 논문의 Medline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하여 문헌 검색을 수행한 결과인데요. 내용을 살펴보면 카페인을 250mg 이상 섭취했을 때 이뇨효과가 인정된 논문들이 있었고 그 이하의 경우는 이뇨 작용이 없었다고 합니다. 많게는 300mg을 복용해도 이뇨 작용이 없었다고 보고된 논문도 있었습니다. 보통 카페인이 가장 많이 함유되어 있다고 알려진 커피 전문점 아메리카노에 평균 200mg 카페인이 함유되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면, 고 카페인 커피 두 잔 이상을 한꺼번에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이뇨 작용으로 소변이 많아져 탈수로 이어진다고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다음으로 SAJSM에 2014년 발표된 ‘더위 속 운동 중과 회복 중에 카페인 섭취가 체액 균형에 미치는 영향’ 논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8명의 건강한 대학생을 운동 시 카페인 섭취와 수분 섭취, 카페인 미섭취와 수분 섭취, 카페인 미섭취와 수분 섭취, 카페인 미섭취와 수분 미섭취 4그룹으로 나눠 운동을 시킨 뒤 신체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적당한 카페인 섭취(460mg)은 운동 중과 후에 소변 생성을 바꾸지 않았으며, 운동과 열 노출 후에 체액 균형에도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러한 자료를 통해 우리는 카페인을 복용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복용하느냐가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일반적인 커피를 천천히 복용하는 정도로는 이뇨작용이 그리 크지 않다는 것도 알 수 있습니다. 또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카페인의 이뇨작용은 빠르게 내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1928년, 세 사람이 참여한 한 연구에 따르면 두 달 이상 카페인을 전혀 섭취하지 않은 사람이 30mg 정도 소량의 카페인을 섭취했을 때 소변을 자주 보는 증상이 발생했지만 4~5일이 경과하자 두 배 용량을 복용해야 동일한 이뇨효과가 나타났다고 합니다. 이후 진행된 연구에서도 건강한 59명의 지원자를 11일 동안 조사했는데, 1일 180mg 정도의 카페인 섭취를 했을 때 6일 정도 지나니 처음 나타났던 이뇨작용이 무뎌진 것을 확인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방광이 민감한 사람의 경우는 어땠을까요? 2011년 Urology annalys에 발표된 ‘과민성 방광 증상이 있는 환자에게서 카페인이 방광 기능에 미치는 영향(2011)’ 논문을 살펴보겠습니다. 과민성 방광 증상을 가진 21~40세 여성 9명과 남성 3명을 대상으로 카페인이 있는 물과 없는 물을 두 차례에 걸쳐 복용하게 한 뒤 소변 상태를 점검했는데요. 카페인은 저용량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4.5mg/kg(60kg 체중의 경우 270mg 고 함량) 정도를 복용하면 방광 신경을 자극되고 신장으로 혈류량이 늘어 소변 생산량이 늘었다고 합니다. 방광 신경이 예민한 경우에도 고함량에서는 이뇨 작용이 현저하게 나타나지만 저 함량에서는 소변 관계 문제가 크게 발생하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상에서 볼 수 있듯 적정량의 카페인 섭취는 과도한 이뇨 작용과는 크게 관계없으며, 이뇨작용이 뚜렷하지 않다면 탈수를 유발한다고 단정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즉, 단순하게 커피를 먹는 것만으로 만성 탈수를 일으킨다는 건 더욱더 그렇겠죠. 오히려 카페인의 적당한 자극은 일상 생활이나 운동을 하는데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니 적절한 커피 섭취는 건강에 이로울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힘들게 눈을 떠 아침 출근했을 때 따뜻한 커피 한 진에서 느껴지는 향과 맛.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현실인데, 이 정도 맛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참고로 카페인의 중추 자극은 성인이 아닌 청소년과 어린이에게는 오히려 해가 됩니다. 위에 말씀드린 코르티솔, 도파민 분비 효과는 과도한 정신적 자극으로 인해 과 흥분 상태를 일으켜 집중력 저하, 불면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고, 중독성을 나타낼 수도 있습니다. 커피 한 잔의 즐거움은 성인이 돼서 즐겨도 늦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