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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이혼소송에서 유책배우자로 인정되어 패소한 배우자라도 또 다시 이혼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2023-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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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이혼소송에서 유책배우자로 인정되어 패소한 배우자라도 또 다시 이혼을 요구할 수 있을까요?
'이야기로 풀어보는 솔로몬의 재판'

    사랑해서 결혼한 나남편과 오부인, 둘 사이에는 자녀 1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 초부터 끊임없는 다툼이 계속되었고 결국, 결혼 5년만에 나남편은 집을 나가버리고 이혼소송을 제기하게 되는데...법원은 나남편에게 혼인관계 파탄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나남편은 패소하게 됩니다.
    나남편의 이혼 소송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뒤에도 두 사람의 별거 생활은 이어졌습니다. 한편, 나남편은 자신 명의의 아파트에서 딸을 키우는 오부인에게 양육비를 지급했고, 아파트 담보대출금도 갚아 나갔습니다.
    나남편은 아이가 보고 싶어서 직접 아이에게 연락을 시도했는데 오부인 그때마다 “아이를 만나려면 나에게 연락하고, 집으로 들어오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오부인은 아파트 잠금장치를 바꿔버렸고 남편에게 열쇠를 주지 않았으며 나남편 역시 관계 개선이 선행되지 않으면 돌아갈 수 없다며 맞섰습니다.
    팽팽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나남편은 2년 뒤 다시 이혼 소송을 제기하게 되는데...나남편의 이혼청구는 받아들여질까요? 



 
주장1.
    나남편: 제가 앞선 이혼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소송이후에 양육비 지급이나 아파트 대출금도 꾸준히 갚고 가족을 위해 나름의 할 도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부인도 재판에서는 이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부부사이가 나아지려는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제는 이혼을 받아주셔야죠. 
주장2.
    오부인: 나남편은 법원에서도 인정한 명백한 유책배우자잖아요. 혼인관계 파탄의 책임이 큰 나남편의 뜻대로 이혼하게 둘 수 없고, 제가 나남편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어떤 행동을 나서서 한건 아니지만 어쨌든 형식상으로라도 혼인관계를 유지하고 싶으니 이혼할 수 없습니다. 
솔로몬의 평결
    정답은 1번.나남편: 제가 앞선 이혼소송에서 패소했지만, 소송이후에 양육비 지급이나 아파트 대출금도 꾸준히 갚고 가족을 위해 나름의 할 도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부인도 재판에서는 이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실질적으로 부부사이가 나아지려는 의사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이므로 이제는 이혼을 받아주셔야죠. 입니다.
    위 사례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예외적으로 허용할 수 있는 판단 기준 및 해당 여부가 문제되는 사안입니다.
    법원이 상대방이 원치 않는 이혼을 인정하는 기준은 크게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두 가지로 나뉩니다. 유책주의란 부부 일방에게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다른 일방이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고, 파탄주의는 책임유무와 관계없이 혼인이 파탄에 이르게 되면 이혼을 청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두 기준 중 대한민국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유책주의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판례는 대부분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으며 특히 유책사유 중 외도를 한 경우에 더욱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경향을 띠고 있습니다.
    다만 예외적인 경우에서만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허용되는데, 사안의 대상 판례가 이러한 예외사유에 해당합니다. 판례가 인정하는 예외사유란 유책배우자의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거나, 유책배우자가 책임이 사라질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를 보호했을 경우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경우에 혼인관계 유지할 의사가 없고 유책성이 약화될 정도의 배려와 보호가 이루어진 것일까요? 이처럼 다소 모호했던 예외사유의 판단 기준에 대하여 아래의 대법원 판례가 좀 더 구체화 된 지침을 제시하였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에서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2. 6. 16. 선고 2021므14258 판결).
    (1) 원심은 이혼청구권자가 종전 이혼소송 패소 후 여전히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 채 관계 개선을 위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은 점, 상대방 배우자가 이혼의사가 없다고 소송에서 꾸준히 밝히고 있는 점을 들어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배척하였지만,
    (2) 대법원은
    ① 상대방 배우자의 ‘혼인계속의사’를 인정하려면 소송 과정에서 그 배우자가 표명하는 주관적 의사만을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혼인생활의 전 과정 및 이혼소송에서 드러나는 상대방 배우자의 언행 및 태도를 종합하여 악화된 혼인관계를 회복하고 원만한 공동생활을 영위하려는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혼인유지에 협조할 의사가 있는지 ‘객관적’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따라서 일방 배우자의 성격적 결함이나 언행으로 인하여 혼인관계가 악화된 경우에도, 상대방 배우자 또한 원만한 혼인관계로의 복원을 위하여 협조하지 않은 채 오로지 일방 배우자에게만 잘못이 있다고 비난하고 대화와 소통을 거부하는 경우, 이혼소송 중 가정법원이 권유하는 부부상담 등 혼인관계의 회복을 위한 조치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하는 경우에는 혼인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노력조차 기울이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있어, 설령 그 배우자가 혼인계속의사를 표명하더라도 이를 인정함에 신중하여야 합니다.
    ② 과거에 이혼소송을 제기하였다가 유책배우자라는 이유에서 기각 판결이 확정되었더라도, 그 후 상대방 배우자 또한 종전 유책성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전면적인 양보만을 요구하거나 민ㆍ형사소송 등 혼인관계의 회복과 양립하기 어려운 사정이 남아 있음에도 이를 정리하지 않은 채 장기간의 별거가 고착화된 경우, 이미 혼인관계가 와해되었고 회복될 가능성이 없으며 상대방 배우자에 대한 보상과 설득으로 협의에 의하여 이혼을 하는 방법도 불가능해진 상태까지 이르렀다면, 일방배우자의 유책성이 상당히 희석되었다고 볼 수 있고
    ③ 다만 이 경우 일방 배우자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상대방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져야 하고, 특히 상대방 배우자가 경제적ㆍ사회적으로 매우 취약한 지위에 있어 보호의 필요성이 큰 경우에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함에 신중을 기하여야 합니다.. 그러므로 상대방 배우자가 혼인의 계속과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언행을 하더라도, 그 이혼거절의사가 이혼 후 자신 및 미성년 자녀의 정신적ㆍ사회적ㆍ경제적 상태와 생활보장에 대한 우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는 때에는 혼인계속의사가 없다고 섣불리 단정하여서는 안됩니다. 미성년 자녀가 있는 경우에는 파탄된 혼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자녀에게 미칠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모두 심리해야 합니다.
    즉 이 사례에서는 오부인은 남편을 비난만 하면서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실질적 노력을 하지 않으므로 ‘혼인계속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되기 어렵고, 나남편이 이미 나아지기 어려운 혼인관계 속에서 오부인과 자식에 대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짐으로써 유책배우자의 유책성이 희석되었다고 보이므로 나남편의 재판상 이혼청구는 받아들여 질수 있을 것입니다. (평결일 : 2023년 3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