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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자 ‘이재복’

2023-01-19

문화 문화놀이터


다음 세대 기록인
문화기획자 ‘이재복’
'현시점에서 기록물을 남기고 후대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법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현재 사진가,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이재복이라고 합니다. 
사진을 접하신 계기가 독특해서 기억에 남습니다, 언제 처음 카메라로 촬영을 하셨나요?
    처음 사진기를 직접 들고 찍은 건 고등학교 1학년 때였지만, 사진은 꽤 어릴 적부터 접했어요. 저희 어머님이 하숙집을 운영하셨는데, 기자 지망생인 대학생들이 몇 있었거든요. 그분들이 당시 니콘 FM2를 구입하고 자랑하던 기억이 나요. 그 흑백필름카메라로 저 어릴 적 노는 모습을 담아서 선물해 주시곤 하셨죠. 그리고 집 근처에 사진작가분이 사셨어요. 사진을 한다는 것을 눈으로 처음 본 것은 그때였어요. 그 경험이 없었다면 아마 사진가라는 직업을 실현하지 못했을 거예요. 제가 사진 찍는 것을 보시고 도움 되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2006년에 내셔널지오그래픽 국제사진컨테스트(자연부문)에서 대상을 받으셨잖아요. 
    20대의 젊은 사진가에게 주는 응원의 상이였다고 생각해요. 처음 수상했다는 전화를 받았을 때는 보이스 피싱이라고 생각했어요. 대학에서 자퇴하고 홀로 사진 활동을 할 때 많은 소외감이 있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이후 다시 용기를 내어 결국 학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어요. 
‘동부창고’는 어떠한 계기로 발굴해서 찍게 되신 거예요?
    동부창고는 폐 산업시설 재생사업으로 외부에서 기획자, 예술가 등이 많이 찾아주셨는데, 그때 몇몇 사진가분들도 오셔서 저에게 많은 힌트를 주셨어요. 당시 문화제조창으로 바뀌는 모습을 사진 아카이브 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몇몇 계셨는데, 이쯤 되니 다른 분들의 작업도 궁금하네요. 커다란 건물을 조용히 홀로 바라보는 느낌은 정말 환상적이었어요. 오래된 건물을 통해 여러 가지로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작년 청주 문화도시조성사업을 통해 진행 한 도시기억 아카이브 ‘봉명주공아파트’제작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프로듀싱으로 참여하셨다고 들었어요.
    사진 기반의 시민 레지던스를 운영을 기획했어요. 이런 아티스틱 레지던스는 예술가들이 한곳에 거주하며 작업하는 프로그램인데 시민을 대상으로 시도해봤어요. 프로젝트 공고를 냈고 지원해 주신 분들 중에 2분을 선정해서 봉명주공아파트를 촬영한 거예요. 참여자분들은 사진을 전문적으로 전공하신 분들이 아니셨어요. 그래서 전시나 출판에 필요한 사진 촬영에 많은 프로듀싱 과정이 필요했어요. 학예사, 예술가, 비평가 등 많은 전문가가 도움을 주셨어요. 
 비슷한 과정으로 문화도시 청주 동네기록관 역시 시민들과 함께하셨잖아요. 사실 직접 기록하면 더 멋진 사진이 나올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시민들과 함께 진행하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동네라는 곳은 말 그대로 스트리트잖아요. 작가가 카레이서라고 친다면 서킷에서만 그 실력이 충분히 발휘되는 거예요. 스트리트는 온전히 시민들의 무대에요. 그러니 동네기록관에서의 동네 기록은 시민들이 촬영하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요. 전문 작가들은 의외로 스트리트에서 약자예요. 인물 촬영 섭외조차 쉽지가 않죠.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의 공감대를 통해 동네를 가장 잘 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시민 사진가들의 사진적 능력을 키우는 게 저의 숙제인 거죠.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고 있어요. 



 
그럼 마지막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기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우리나라의 학자들이 돌아가실 때 남겨지는 수집품, 기록물들이 상당해요. 이 유의미한 자료들을 기증하고 싶은데, 사실 한국에 마땅히 기증할 곳이 없어요. 예를 들어 책을 도서관에 기증하면 기존 책장에 10진 분류법으로 진열될 거예요. 고인의 이름을 조명하여 작은 컬렉션을 만들어야 의미가 있는데, 그럴 수 있는 아카이브 시스템이 열악한 것 같아요. 자손들이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좋겠지만 극소수의 이야기예요. 전국적으로 이런 분들이 정말 많으리라 생각해요. 현시점에서 이런 기록물을 남기고 후대 사람들과 공유하는 방법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한평생 업적이 모래성처럼 사라지는 것이야말로 너무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해요.